『우리는 조금 불편해져야 한다』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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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조금 불편해져야 한다』서평

박관성 0 1,505 2016.11.09 01:22

『우리는 조금 불편해져야 한다』서평 입니다. 

노동사회 191호에 실은 글입니다.

 

헬조선 대한민국

헬조선. 지금 우리나라를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입니다. 지옥(헬, Hell)은 귀신이 다스리는 곳 입니다. 무당이 집무하는 대한민국. 이런 비상식적이고 판타지소설 같은 상황에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습니다. 사실 헬조선은 그 표현만 달랐을 뿐 지금껏 우리나라가 헬조선이 아닌 적은 없었습니다. 그동안 대한민국은 정권의 주인인 국민이 진짜 주인이었던 적이 없었던 나라입니다. 바로 지금도 대한민국은 국민 대신에 무당이 주인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에서 노동자들의 상황을 이해해 주는 이들은 없습니다. 노동자, 아니 인간의 존엄이 무시되는 천박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들을 이해하는 것은 없습니다.
『우리는 조금 불편해져야 한다』는 노동자들을 목적 그 자체로 바라보고 이야기 합니다. 또한 우리의 입장에서 이야기하고, 헬조선에서 살아가는 노동자들, 이름 없는 약자들의 현실을 조명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가난은 곧 실패와 게으름을 뜻합니다. 그런데 이 책은 우리가 가난한 것이 실패하고 게을러서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누군가의 편의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들의 죄송함이 결코 죄송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우리가 생존하기 위해 생산하는 물품들보다 우리가 더 가치 있고 소중한 존재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또한 아이들의 생명보다 그 누구의 안위가 중요한 나라는 잘못된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 책을 읽고 난 뒤, 인간의 존엄보다 자본주의를 추구하는 그들에게, 그리고 여러분에게 묻습니다. 배달 음식이 조금 늦게 배달되면 불편한가요? 철도선로가 빨리 정비되지 않으면 불편한가요? 다 지키려면 돈도 많이 들고 거추장스러운 안전수칙들이 불편한가요? 스스로의 권리를 확보하기 위한 노동자들의 파업이 불편한가요? 인간답게 살고 싶다며 최저임금을 올려달라는 요구가 불편한가요? 정의와 진실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불편한가요? 그리고 제일 마지막 질문……당신들은 우리와 같은 존재인가요?
 
 
후진사회 대한민국
칸트는 인간이 무엇이 옳은지를 이성의 기준에 따라 스스로 판단하고 자율적으로 살아가기 때문에 존엄한 존재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인간의 존엄이 목적 그 자체로 존재하는 사회를 선진사회라 했습니다. 따라서 인간의 자율성에 기초하는 민주주의 사회는 인간의 존엄을 보장받을 수 있는 선진사회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다릅니다. 우리 사회는 시장의 독과점, 이념의 양극화, 과두집단의 도덕적 타락과 기득권 유지를 위한 부정부패의 만연, 노동착취, 빈부 격차, 정의의 붕괴 등 많은 문제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인간은 특정 집단을 위해 그저 세금을 내고, 경제발전과 인구를 생산해야 하는 수단으로 취급 받아 왔습니다. 또한 인간으로 존중받기 원하는 노동자들의 외침은 철저하게 외면 받고 왜곡됐습니다. 사람답게 살고 싶은 노동자들이 개‧돼지 취급을 받는 나라, 인간이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서 존재하는 나라. 그래서 대한민국은 후진사회입니다.
 
 
헬조선의 카타르시스, 노동조합
노동조합은 단순히 노동자의 경제적 이익을 증대시키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노동조합은 또한 노동자들만을 위한 집단이 아닙니다. 노동조합이 주장하는 노동기본권 쟁취, 민주적 권리 쟁취, 공동결정에 기초한 경영참가, 안전하고 쾌적한 노동환경의 쟁취, 노동조건의 개선은 우리 사회 모두가 ‘윈윈’ 할 수 있는 성장전략입니다. 
또한 노동조합이 추구하는 인간의 존엄성‧평등‧공평함이 보장되는 민주사회는 우리 모두가 꿈꾸는 이상향입니다. 노동조합의 사회정의 추구와 정치적 활동은 노조조합원뿐만 아니라 모든 노동자의 정치적‧사회적 지위를 향상시킵니다. 
노동조합은 노동자의식에 기초하여 연대합니다. 연대는 이타심에 기초하며 ‘나’와 ‘너’를 동등한 인간으로서 바라보고 인정하게 합니다. 따라서 노동조합은 인간의 존엄을 지키려는 조직입니다. 노동조합은 언제나 탄압과 억압의 역사 속에서 노동자와 함께 했습니다. 노동자는 개별적으로는 약하지만, 힘을 모아 연대하면 작게는 일터를, 더 나아가서는 사회를 바꿀 수 있습니다. 다시 한 번 묻습니다. 당신은 여전히 노동조합이 불편한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