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노동자 친화적 인공지능 구축 (하-2)

이명규의 블로그

[번역] 노동자 친화적 인공지능 구축 (하-2)

이명규 0 82 05.20 13:34

번역 게재 · (하-2, 최종회)

노동자 친화적 인공지능 구축

Building pro-worker artificial intelligence

다론 아제모글루(Daron Acemoglu) · 데이비드 오토(David Autor) · 사이먼 존슨(Simon Johnson)
해밀턴 프로젝트(The Hamilton Project), 브루킹스 연구소, 2026년 2월

 Ⅴ. 노동자 친화적 AI는 왜 어디에나 있지 않은가? · Ⅵ. 노동자 친화적 AI를 향해 나아가기 · 결론 · 미주


Ⅴ. 노동자 친화적 AI는 왜 어디에나 있지 않은가?

노동자 친화적 도구는 기업 친화적 도구이기도 하다고 할 수 있다. 노동자 친화적 도구는 노동자가 같은 투입으로 더 많은 가치를 생산하거나, 더 적은 투입으로 같은 가치를 생산하게 한다.19 이러한 도구는 비용을 절약해 줄 뿐 아니라 기업이 새로운 재화와 서비스를 만들어 제공할 수 있게 한다. 이러한 장점을 생각하면, 시장이 이 기회를 활용하리라 기대할 법하다.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증거를 살펴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권위 있는 추정치는 없지만, 단편적 증거를 보면 현재 AI의 초점은 상당 부분 과업 자동화와, AGI에 발맞춘 고도 역량의 개발에 맞춰져 있다. 이는 우리의 노동자 친화적 정의와 들어맞지 않는다. 위에서 논의했듯이 AGI는 노동자를 위해 새로운 과업과 역량을 만들어 내기보다 결국 노동자가 하는 일의 대부분을 대체하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자동화에 무슨 잘못이 있는가? 근본적으로는 아무 잘못도 없다. 자동화는 비용을 낮추고 이윤을 높이는 효율을 가져오는데, 이는 나쁜 일이 아니다. 이러한 효율 가운데 일부는 소비자에게 이득이 된다. 앞서 논의했듯이, 자동화는 노동소득분배율을 끌어내리고 노동자를 밀어내더라도 임금을 올릴 수도 있다. 우리는 효율 개선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점진적 자동화, 즉 기존 과업을 더 잘·더 싸게·더 빠르게 하는 것은 다소 과대평가되어 있다. 가장 중대한 혁신은 기존 역량의 비용을 줄이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역량을 가능하게 하는 혁신이다. 포드 자동차 회사 같은 20세기 초의 상징적 기업들이 기억되는 것은 비용을 몇 퍼센트포인트 줄였기 때문이 아니라, 자기 산업을 혁명적으로 바꾸고 소비자의 삶을 개선한 새로운 제품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혁신은 최첨단 도구에 의존했다. 그러나 동시에 그것은 인간의 창의성과 독창성을 근본적으로 활용했다.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줌으로써 이러한 혁신은 새로운 고용과 전문성에 대한 새로운 수요도 만들어 냈다. 자동차 정비사·항공 승무원·가정 배관공·유전학자·텔레비전 배우는 그것을 뒷받침하는 혁신이 이러한 전문화된 숙련에 대한 필요를 만들어 내기 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새로운 기술을 일자리를 대체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일이 흔하지만, 새로운 기술은 새로운 일이 생겨나는 주요 원천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A. 노동자 친화적 기술의 반대는 무엇인가?

위에서 자동화는 득과 실이 섞여 있다고 주장했지만, AI의 일부 일터 응용은 훨씬 더 해롭다. 그런 응용 하나가 일터 감시인데, AI는 일터 감시를 갈수록 값싸고 강력하게 만들었다. 이제 AI 기반 일터 감시 시스템이 수백 종에 이른다.

어느 정도의 모니터링은 기업에 분명 쓸모가 있다. 그러나 공격적인 일터 모니터링은 강압적 통제에 가까워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노동자는 점심시간이나 화장실 휴식을 쓰는 것조차 두려워하게 된다. 이는 가상의 가능성이 아니다. 여러 연구는 감시가 노동자의 정신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을 자가보고 자료로 기록했다. 잠입 취재 기사는 창고 노동자가 일자리를 지키려고 화장실 휴식까지 거른다는 사실을 기록한다(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2023; Liao 2018). 강압적 통제는 또한 예전 같으면 노동자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데 쓰였을 이윤을 기업이 노동자와 덜 나눌 수 있게 한다. 감시로 노동자의 순응을 강제할 수 있다면, 관리자는 너그러움이나 호의, 사명 공유로 동기를 부여할 필요가 줄어든다.

감시는 사무실에 국한되지 않는다. 예컨대 세계 최대 규모의 콜센터 하청업체 가운데 하나로 콜롬비아에 있는 텔레퍼포먼스 그룹(Teleperformance Group)은 회사 기준을 강제하려고 노동자의 자택에서 송출되는 실시간 오디오·영상 데이터를 분석하는 AI 도구를 쓰기 시작했다. 현재 형태에서 이 컴퓨터 비전 시스템은 직원의 자택 작업 공간에 설치된 카메라의 오디오·시각 데이터를 분석한다. 노동자의 움직임과 컴퓨터 활동 입력을 바탕으로 잠재적 계약 위반이 표시된다. 노동자가 정해진 시간 간격 안에 키보드나 마우스 활동을 보이지 않으면, AI는 그를 "유휴 상태(idle)"로 기록한다. 직원이 책상에서 음식을 먹거나 휴대전화를 보는 것 같은 위반을 시스템이 감지하면, 관리자가 검토하도록 스크린샷을 전송한다(Walker 2021).

이 분야에서 경험적으로 근거 있는 비교를 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우리는 일터 AI에 쏟아지는 에너지와 투자의 상당 부분이 노동자 친화적 방향으로 흐르고 있지 않다고 주저 없이 말할 수 있다.

B. 시장 실패란 무엇인가?

시장은 왜 노동자 친화적 AI에 전력을 다하지 않는가?

기업이 노동자 친화적 AI를 도입하지 않는 한 가지 이유는, 우리의 주장과 달리, 그것이 기업에 기술적으로 실현 가능하지 않거나, 설령 가능하더라도 다른 응용보다 수익성이 낮기 때문일 수 있다. 이와 관련된 또 다른 가능성은, 기업이 이러한 투자가 곧 무용지물이 되리라고 본다는 것이다. 일부 AI 전도사들의 전망처럼 AGI가 정말로 몇 년 안에 달성될 수 있다면, 굳이 노동자 친화적 기술에 투자할 이유가 있겠는가? 우리는 AGI가 정말로 임박해 있다는 데 회의적이지만, 이런 견해를 가진 조직은 노동자 친화적 AI를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것이 전부라고 보지는 않는다.

두 번째 부류의 설명은, 우리가 설득력 있다고 보는 것으로, 시장 실패다. 여기서 시장 실패란 어긋난 유인(misaligned incentives)을 뜻한다. 우리는 AI를 구매하고 배치하는 쪽의 어긋난 유인과, AI 기술을 개발하고 판매하는 쪽의 어긋난 유인을 구분한다.

1. 어긋난 기업의 유인

경쟁적인 노동시장에서 더 높은 생산성은 더 높은 이윤으로 이어져야 하므로, 우리는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의 관리자가 생산성을 가장 많이 높이는 기술이라면 무엇이든 배치하리라 기대해야 한다. 이 논리에 따르면 기업은 노동자 친화적 AI 도구를 쓸 수 있고 그것이 대안보다 수익성이 높다면 그것을 도입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보기에 기업은 그렇게 하고 있지 않다. 그렇다면 어떤 유인 문제가 있는가?

한 가지 가능성은, 그런 도구가 아직 널리 보급되지 않았을 수 있다는 것이다. AI 개발자들이 주로 순수한 자동화 도구를 좇고 있다면, 어쩌면 고객이 비용 절감에만 온통 집중한다고 믿기 때문일 텐데, 그렇다면 노동자 친화적 AI 도구는 더디게 나타나고, 미성숙하며, 아직 제대로 쓸 만한 수준이 못 될 수 있다. 그 경우라면 우리는 시장이 결국 이 기회를 따라잡으리라 기대할 것이다.

두 번째 고려 사항은, 관리자가 전체 생산성 극대화 말고 다른 목표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심지어 순수한 이윤 극대화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 노조가 있는 기업에서는, 특히 노사 관계가 갈등적인 경우, 관리자는 노조가 있는 노동력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교섭에서 자기 입장을 강화하며, 어쩌면 궁극적으로 노조를 약화시키거나 인증을 박탈하기 위해 자동화 기술을 도입하고 싶어 할 수 있다.20 노동자 친화적 AI는 기업의 노동력을 그 성공에 덜 필요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필요한 것으로 만들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노사 관계가 갈등적인 기업은 대체로 그런 도구에 투자하기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

노조가 없는 기업에서도 관리자는 노동자의 잉여를 줄여 그 잉여를 주주에게 재분배하는 기술을 도입하고 싶어 할 수 있다. 이러한 도입은 노동자가 자신의 외부 대안를 넘어서는 임금, 즉 "지대(rent)"를 벌 때 일어날 수 있다. 예컨대 수익성이 매우 높은 히트 상품을 가진 기업을 떠올려 보자. 그 상품의 생산은 그 기업 노동력의 전문화된 지식에 달려 있다. 그 핵심성 때문에 그 생산직 노동자들은 지대를 벌 가능성이 크다. 이 지대는 관리자에게 이 노동자들을 더 대체 가능하게 만들 유인을 제공하며, 그리하여 그 이윤의 더 큰 몫을 주주와 자신을 위해 차지하게 한다. 이 발상이 억지스러워 보일 수 있지만, 증거를 보면 기업은 "고지대(high-rent)" 과업을 겨냥해 자동화를 적용한다. 기업이 이렇게 자동화를 겨냥하는 것은 노동자 소득에 해가 되는 방향으로 작동한다(Acemoglu and Restrepo 2026). 역설적이게도 이 지대가 만들어 내는 유인은 그 자체로 경제적 왜곡을 낳을 수 있다. 관리자와 주주가 파이에서 가져가는 몫의 증가가 파이 자체의 감소를 상쇄하고도 남는다면, 기업은 전체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지대 소진형 자동화 기술을 선택할 수도 있다.

2. 어긋난 개발자의 유인

기술 개발자는 그들 나름의 유인에 직면한다. 기술 제품의 구매자가 (예컨대 위에서 든 이유로) 자동화 기술을 선호한다면, 기술 기업은 자동화 기술을 우선시할 강한 유인을 가진다. 여기서도 더 긴 안목에서는, 노동자 친화적 기술이 정말로 미개척된 기회라면, 시장이 점차 그쪽으로 보정될 것이라 기대해 볼 수 있다.

두 번째 우려는 기존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에 뿌리내린 경로 의존성이다. 이 모델은 기업이 어떻게 이윤을 벌고 조직 자원과 전문성을 어디에 집중하는지를 결정짓는다. 선도적인 AI 기업들은 기업 고객에게 자동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판매하는 데 깊은 역량을 쌓아 왔기 때문에, 그들의 비즈니스 모델은 자연스럽게 더 많은 자동화 쪽으로 기운다. 시장 지배력과 결합되면, 이는 자동화 기술을 향한 강한 추진력을 만들어 낸다. 극단적인 경우 기존 기업은 노동자 친화적 대안을 자기 핵심 사업을 잠식하거나 주요 수익원을 위협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스타트업도 비슷한 압력에 직면한다. 기존 기업의 플랫폼 위에 기술을 만들어 그 기업에 파는 편이 정면으로 경쟁하는 것보다 더 수익성이 높다면, 스타트업도 노동자 친화적 도구를 좇기를 단념하게 된다. 노동자 친화적 기술은 여러 해의 투자를 요구하는 반면 자동화 해법은 이미 시장에 내놓을 준비가 되어 있을 때, 이 문제는 더욱 심해진다.

노동자 역시 새로운 전문성을 습득하고 업무 습관을 바꿀 것을 요구하는 노동자 친화적 AI 도구에 저항할 수 있다. 노동자가 이러한 투자를 꺼리거나 그렇게 하는 데 필요한 기초 숙련이 없다면, 기업은 노동자 친화적 AI를 개발하거나 도입하기를 단념할 수 있다.

끝으로, 우리는 AGI에 초점을 둔 특정한 AI 비전이 기술 발전의 궤도를 빚는다고 본다. 그 시작부터 AI라는 분야는 모든 인지 과업에서 인간을 능가하는 기계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춰 왔다. 컴퓨터 과학계와 AI 공동체는 AGI를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목표로 삼는 이데올로기적 비전에 사로잡혀 있는데, 여기서 AGI는 인간의 모든 능력을 뛰어넘는 기계를 뜻한다. Acemoglu and Johnson(2023)은 이 관점이 어떻게 AI 분야를 지배하게 되었고 오늘날 AI의 방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자세히 다룬다.

이데올로기가 어떤 기술이 실현 가능한지를 궁극적으로 결정하지는 않지만, 기업·연구자·연구지원기관이 연구개발 노력을 어디로 향할지는 분명히 결정짓는다. 기업이 외곬으로 AGI 주도의 자동화를 좇는다면, 그들이 노동자 친화적 AI를 만들 가능성은 그만큼 낮아진다.

Ⅵ. 노동자 친화적 AI를 향해 나아가기

노동자 친화적 AI는 본질적으로 다른 기술이 아니다. 그것은 기존 기술과 떠오르는 기술을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한 다른 비전이다. 노동자 친화적 AI의 목표는, 더 일반적으로 노동자 친화적 기술의 목표는, 노동자가 과업을 더 효과적으로 해내고 새로운 과업에 도전하며 새로운 일에 필요한 새로운 전문성을 통달하게 하는 데 있다.

우리는 어긋난 유인, 혁신의 경로 의존성, 그리고 만연한 자동화 우선·AGI 우선 사고방식 때문에 시장이 노동자 친화적 AI를 과소 공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AI 부문으로 흘러드는 풍부한 인재와 창의성, 자원의 일부를 노동자 친화적 방향으로 돌릴 방법이 있을까? 공공 정책이 AI의 발전을 노동자 친화적 방향으로 돌릴 수 있는 아홉 가지 방법을 우리는 제시한다.21

A. 의료와 교육에서 노동자 친화적 AI 형성하기

인간을 보완하는 일은 추상적으로 목표하기 어렵다. 그러나 기회가 이미 풍부한 특정 부문과 활동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가능하다. 노동자 친화적 AI가 노동의 질을 높이는 동시에 막대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잠재력이 큰 두 부문이 의료와 교육이다.

2023년 미국은 GDP의 약 18퍼센트를 의료에, 약 6퍼센트를 교육에 지출했다(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025; Peter G. Peterson Foundation 2025). 이 부문들이 GDP에서 그토록 큰 몫을 차지하는 까닭은, 그 일이 대체로 장인적인, 고도로 훈련된 의사결정자(예: 교사, 의료 노동자)를 엄청나게 많이 고용하기 때문이다. 교육자와 의료 노동자는 학생과 환자에게 개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장인적 노동은 지난 한 세기 동안 공장과 사무실을 바꿔 놓은 산업적 모델에 잘 들어맞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는데, 아마도 그 때문에 두 부문 모두에서 생산성 증가가 악명 높을 만큼 더디다(Chandra and Skinner 2012; Hoxby 2004). 위의 여러 사례가 보여 주듯이 AI는 전문가의 의사결정을 대규모로 뒷받침할 수 있으므로, 우리는 AI가 교육자와 돌봄 노동자의 생산성을 높이고 역량을 확장할 큰 잠재력을 지닌다고 본다.

의료와 교육은 또한 공공 정책이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두 부문이다. 2023년 미국은 의료에 4조 9,000억 달러를 지출했고, 그 총액의 거의 절반(43퍼센트)인 2조 1,000억 달러는 주로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를 비롯한 정부 보험 프로그램이 부담했다(Peter G. Peterson Foundation 2025). 교육비에서 공공이 차지하는 몫은 더욱 크다. OECD(2025)는 미국에서 K-12(유·초·중등) 지출의 92퍼센트와 고등교육 지출의 39퍼센트가 공적으로 조달된다고 추정한다. 구매, 의제 설정, 규제를 통해 공공은 이 두 거대하고 핵심적인 부문에서 AI가 어떻게 개발되고 배치되는지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역량을 지닌다.

실제로 공공 부문은 이미 의료와 교육에서 기술의 경로를 크게 이끌어 왔다. 예컨대 2009년 연방의 「경제적·임상적 건전성을 위한 보건의료 정보기술(HITECH)법」은 재정적 유인과 벌칙을 통해 미국 병원의 전자의무기록 도입을 극적으로 앞당겼다. 10년도 채 안 되어 미국은 전자의무기록을 갖춘 병원이 약 10퍼센트이던 데서 거의 보편적 도입 단계로 옮겨 갔다(Office of the National Coordinator for Health Information Technology 2017). 비슷한 맥락에서, 1996년 「통신법」에 따라 설립된 연방의 학교·도서관 보편 지원(E-Rate) 프로그램은 학교와 도서관에 인터넷 연결을 위한 보조금을 지속적으로 제공한다. 2021년 기준 미국 공립학교 교실의 95퍼센트가 와이파이를 갖추고 있었다(Munson 2023).

AI가 의료와 교육에 적용 가능하다는 점 덕분에, AI를 활용하여 이 부문들의 노동력을 보완하는 한편 그 이용자(학생, 환자)의 성과를 개선할 잠재력은 막대하다. 공공이 이미 다수 이해관계자라는 사실은, 두 부문 모두에서 노동자 친화적 잠재력을 지닌 AI의 개발과 도입을 이끌어 낼 여지도 충분하다는 뜻이다.

B. 정부 내 AI 전문성 구축하기

그렇다면 문제는 공공 부문이 이 영향력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가이다. 우리는 연방정부가 학교와 의료를 위한 AI의 선도적 개발자가 되리라고도, AI가 정확히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지시하리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연방정부와 주정부는 AI 배치에 목표를 설정할 수 있다. 즉 보건의료 종사자와 교실 교육자를 지원하는 데 AI를 어떻게 배치할 수 있을지 목표를 설계하고, 이 목표를 겨냥한 지원을 조달하며, 심지어 비(非)의사 전문 인력(예: 전문간호사)이 AI 도구의 도움을 받아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때 메디케어·메디케이드가 그 수가를 어떻게 책정할지까지 설정할 수 있다.

이 목표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실현하려면 연방정부와 주정부 안에 AI 전문성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 전문가들은 관련 이해관계자(즉 학교, 병원, 학부모, 환자, 교사 단체, 의료 전문직)와 협력하여 이 과정을 이끌 수 있을 것이다.

더 넓게 보면, AI는 운수, 에너지 생산, 노동조건, 보건의료, 교육, 환경 보호, 공공 안전, 군사 역량을 비롯하여 정부의 투자·규제·감독이 미치는 모든 영역에 닿을 것이다. 이 기회를 붙잡으려면 우리가 현재 갖추지 못한 국가 역량이 필요하다. AI 개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많은 기관과 규제 당국을 지원한다는 목표 아래, 연방정부 안에 자문 기능을 하는 AI 부서를 두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C. 보조금 지원으로 가치 있는 AI 투자 뒷받침하기

아주 최근까지 연방정부는 미국 연구개발(R&D) 자금의 약 5분의 1을 댔다(National Science Board 2025). 국립과학재단(NSF), 국립보건원(NIH), 국방부·에너지부·농무부 등을 통해 집행된 연방 자금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학계와 민간 부문 모두에서 연구의 경로를 근본적으로 형성해 왔다(Gross and Sampat 2023). 연구비 신청과 지원 결정의 단기적 관점을 넘어서, 연방 보조금은 연구의 깊이와 역량, 지역별 연구 거점을 키움으로써 연구의 경로를 이끌어 낸다.

보조금 지원은 (일부) AI 개발의 향방을 노동자 친화적 방향으로 이끌어 내는 데 건설적으로 쓰일 수 있다. 떠오르는 한 연구 분야가 특히 관련이 있다. 건전한 의사결정을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뒷받침하고, 학습을 가로막는 것이 아니라 북돋우도록, AI가 노동자와 효과적으로 협력하게 설계하는 방법이다. 풍부한 증거가 보여 주듯, 그러한 설계를 제대로 해내기는 어렵다. 일부 인간-AI 조합은 인간 단독이나 AI 단독보다 더 나은 성과를 내지만, 다른 조합은 인간 단독이나 AI 단독의 성과를 오히려 떨어뜨린다(Agarwal et al. 2023; Vaccaro, Almaatoq, and Malone 2024; Buçinca et al. 2025). 우리는 이 분야에서 연구가 빠르게 진전될 수 있으며, 이 연구가 노동자 친화적 AI 도구를 성공적으로 설계하는 데 결정적임이 드러나리라 확신한다.

다만 우리는 첨단 AI 연구의 중심이 민간 부문 쪽으로 크게 옮겨 갔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2020년 미국 AI 박사의 70퍼센트 가까이가 산업계에 고용되었는데, 이는 2004년의 21퍼센트와 대비된다(Ahmed, Wahed, and Thompson 2023). 그럼에도 연방정부는 2022년에서 2024년 사이 AI 연구개발에 해마다 30억 달러에 가까운 금액을 투자했는데, 이는 분명히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 내기에 충분한 돈이다(U.S. Networking and Information Technology Research and Development Program n.d.).

D. 우수성을 위한 경쟁 촉진하기

산업 발전을 진전시키는 데 공공 자금을 쓸 때의 한 가지 단점은, 그렇게 하는 것이 어떤 아이디어가 성공하고 어떤 아이디어가 실패하는지를 가려내는 경쟁 과정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위험을 인식하면서 우리가 짚어 두고 싶은 것은, 이 영역의 연구개발과 조달 활동이 전통적인 사양 기반 조달 모델 대신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식 경쟁적 상금 모델을 쓸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중국은 산업정책이 겨냥한 부문에서 신생 진입자들 사이의 치열한 경쟁을 북돋운다(Chen and Yuan 2025). 동시에, 세계적으로 이름난 중국 기업의 상당수가 이 '산업정책으로서의 경제적 다윈주의' 모델에서 나왔지만, 경쟁이 치열한 탓에 중국이 세우는 공공 보조금 지원 경쟁 기업의 대다수는 결국 실패한다(Boeing, Eberle, and Howell 2022). 그러나 이 가혹한 경쟁이 우수성을 낳는 생태계를 길러 낸다 하더라도 미국의 정치 체제가 공공 자금을 받은 다수 기업의 경쟁적 실패를 견뎌 낼 수 있을지는 분명하지 않다(Hausman 2023).

E. 조세 제도에서 기울어진 투자 유인 바로잡기

현재 미국 조세 제도는 일을 자동화하는 알고리즘에 투자하는 기업보다 노동을 고용하는 기업에 훨씬 더 무거운 부담을 지운다(Acemoglu, Manera, and Restrepo 2020). 정책은 노동자를 고용하고 훈련하는 데 매기는 한계세율(marginal tax rate)과 장비 및/또는 소프트웨어에 투자하는 데 매기는 한계세율을 같게 하는, 더 대칭적인 조세 구조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을 수 있다. 이는 조세 제도가 인적 자본보다 물적 자본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편향을 줄임으로써 유인을 노동자 친화적 기술 선택 쪽으로 옮길 수 있다(Acemoglu, Manera, and Restrepo 2020).

F. 민간 부문 경쟁 촉진하기

반독점 집행도 기술 개발에서 더 큰 경쟁을 북돋움으로써 한몫할 수 있다. 소수의 지배적 AI 기업에 권력이 집중되는 것은 통상적인 경쟁 우려를 넘어선다. 이 시장에서 네트워크 효과의 위력이 워낙 커서, 이 기업들은 사실상 자신의 비즈니스 모델과 기술 선택을 생태계 전체에 퍼뜨린다. 스타트업은 자연스럽게 대형 기존 기업에 팔 수 있거나 자신을 매력적인 인수 대상으로 자리매김해 주는 기술 쪽으로 끌린다. 지배적 기업이 주로 자동화와 디지털 광고를 통한 데이터 수익화에서 이윤을 얻을 때 이러한 동학은 노동자 친화적 대안의 개발을 단념시킨다. 반독점 조치는 이러한 압력에 맞설 수 있다. 인수·합병에 대한 더 엄격한 심사와 경쟁자를 제거하려는 약탈적 가격 책정의 차단은 노동자 친화적 AI에 더 알맞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들어설 공간을 만들어 낼 수 있다.

G. 노동자 발언권 활용하기

AI는 모든 노동자에게 깊은 영향을 미칠 텐데, 현재 노동자는 집단으로서 AI의 개발과 배치를 결정하는 데 의미 있는 발언권을 갖고 있지 못하다. 노동자의 의견을 반영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은 가치 있는 일이 될 수 있다. 노동조합을 포함한 시민사회 조직은 노동자의 필요를 분명히 드러내고 지역·주·연방 차원에서 보호적 틀을 옹호함으로써 이 목표를 진전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한 가지 예로, 침입적인 일터 모니터링과 감시를 비롯해 노동자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용도에 검증되지 않은(또는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AI를 배치하는 일에 보건안전 규정을 갱신해 그러한 배치에 한계를 두는 일이 필요하다.

H. 전문성 도용 억제하기

현행 지식재산권법은 이전 시대에 맞춰 설계되어, AI가 산업적 규모로 인간 전문성을 긁어 모으는 행위에 대해 거의 보호 장치를 마련해 두지 못하고 있다. AI 시스템은 웹사이트, 소셜 미디어, 유튜브, 신문, 위키백과, 블로그에서 콘텐츠를 자유롭게 긁어 온 다음, 이 자료를 통계적으로 재조합하여 그 결과물에 대한 접근권을 판매한다. 작가·기자·시각예술가·음악가·번역가를 비롯한 수많은 창작자는 자기 작품이 학습 데이터로 전유되면서도 아무런 보상도 통제권도 갖지 못하는 처지에 놓인다(Kasy 2025).

이 문제는 공개적으로 이용 가능한 콘텐츠를 넘어선다. 기업은 갈수록 자사 직원의 전문가적 업무 수행 자체를 가져와 AI 모델 학습에 쓰고 있다. 이는 솔깃한 지름길이지만 노동자에게는 위험한 함의를 지닌다. 자신을 대체하도록 설계된 견습생을 기꺼이 가르칠 직원은 거의 없겠지만, 기업이 노동자의 전문성을 써서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할 때 벌어지는 일이 바로 그것이다. 학습이 끝나면 AI는 그 수행을 그대로 재현할 수 있고, 인간 전문가는 없어도 그만인 존재가 된다.

우리는 모든 AI 학습이 지식재산권 도용이라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그 반대 극단, 즉 창작자가 자신을 결국 모방하고 자신과 경쟁할 수 있는 기계에 자기 작품을 거둬들여져도 아무런 보상을 받지 않아야 한다는, 지금 AI 업계에서 널리 전제되는 견해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현재의 상황은 음악 불법복제의 냅스터 시대를 닮았다. 그때도 기술 변화가 법적 틀을 앞질렀고, 그 비용은 창작자가 떠안았다. 손대지 않은 채 둔다면 이 상황은 심각하게 반(反)노동자적인 것으로 드러날 것이다. 노동자가 자기 역량과 창작 산출물에 대한 소유권을 갖도록 뒷받침하는 법적 틀을 세운다면, 노동자는 자신의 전문성이 어떻게 쓰이는지에 대해 더 큰 통제권을 갖고, 인간 지식의 상품화는 줄어들며, 숙련 개발과 혁신에 투자할 유인은 보존될 것이다.

I. 면허 규제 완화하기

노동자 친화적 AI의 핵심 약속 하나는, 더 나은 도구로 노동자의 전문성을 활용하여 노동자가 더 폭넓은 과업을 해낼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이 비전이 옳다면, 그것은 거의 필연적으로 AI가 전문성 수준이 서로 다른 노동자들 사이에 추가적인 경쟁을 부추긴다는 뜻이기도 하다(앞에서 전문성 평준화라 부른 것이다). 더 나은 도구를 쓴다면, 전문간호사는 전통적으로 의사가 하던 일부 과업을, 법무사는 예전에 변호사에게 맡겨지던 과업을, 초급 숙련 노동자는 선임 숙련 노동자가 하던 과업을, 박사학위가 없는 연구자는 박사 연구자가 하던 과업을 할 수 있다. 이러한 이동은 진입자들이 업무 영역(turf)을 두고 다투고 기존 종사자들이 그 진입을 막으려 장벽을 세우면서 마찰을 일으킬 것이다.

이러한 마찰은 전문직, 기능직, 그리고 많은 서비스직에서 흔하다. 이 분야들에서는 면허 요건과 업무 범위 경계가 빽빽하게 얽혀 경쟁을 누그러뜨리고 기존 종사자를 신생 진입자로부터 보호한다. 예컨대 미국의사협회는 전문간호사가 한때 의사에게만 한정되었던 진단·치료 과업의 상당수를 처리할 역량이 있는데도, 수십 년 동안 그들의 업무 범위를 넓히라는 요구에 저항해 왔다(Avi-Yonah 2023). 직업 면허의 정치경제와 경제적 결과를 연구한 방대한 문헌은 대체로 직업 면허가 경쟁을 억누르고 가격을 올리며, 서비스 품질에는 잘해야 엇갈린 효과를 미친다는 점을 발견한다(Allensworth 2025; Kleiner 2016; Kleiner and Soltas 2023).

이러한 도전은 AI가 진입자로 하여금 가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에서 기성 전문가와 더 잘 경쟁하게 해 주는 도구를 제공함에 따라 더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 정책 입안자는 새롭게 역량을 갖춘 인간 전문가에게서 나올 잠재적 이득이 기존 종사자에 의해 좌절되지 않도록, 이 동학에 면밀히 주의를 기울일 수 있을 것이다.

결론

이 글은 AI를 포함한 노동자 친화적 기술을, 인간의 역량을 확장함으로써 인간의 숙련과 전문성을 더 가치 있게 만드는 기술로 정의한다. AI가 일을 자동화하고 노동자를 대체하는 역량은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동시에 우리는 AI가 잘 쓰이기만 하면 인간의 숙련과 전문성을 증폭시키는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그 잠재력 역시 자동화 못지않게 중대하다. 이 잠재력은 AI가 노동자와 협력해 노동자가 기존 과업을 더 효과적으로 해내고 새로운 과업에 도전하며 새로운 전문성을 습득하게 하는 역량에서 비롯된다. 바로 이 협력 역량이 AI를 노동자 친화적 기술로서 강력하게 만든다.

노동자 친화적 AI를 구축하자는 우리의 호소는, 우리가 AGI의 문턱에 와 있다고, 즉 모든 인간 전문성을 불필요하게 만들 위협이 되는 기술의 문턱에 와 있다고 믿는 이들에게는 시대착오적이거나 순진해 보일 수 있다. 우리가 AGI 명제를 단정적으로 기각할 수는 없지만, 우리는 AGI라는 목표가 멀리 있다고 본다. 더욱이, AGI가 머지않아 우리를 인간 전문성의 필요로부터 구원해 주리라는 검증되지 않은 가정에 모든 것을 거는 것은 크게 잘못된 일이라고 확신한다. AGI가 곧 도래하리라는 예상은 AGI 자체에 대한 투자를 제외한 거의 모든 장기 투자에 반대하는 논거로 동원될 수 있고, 실제로 자주 동원된다. AGI가 곧 그것을 대체할 텐데 노동자 친화적 AI를 왜 구축하는가? 그 역량에 대한 노동시장이 곧 무너질 텐데 노동자에게 자기 전문성에 투자하라고 왜 권하는가? 우리가 보기에 AGI 미래를 확정된 것으로 다루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우리는 그 대신 수많은 가능한 미래를 위해, 그 가운데 다수는 AGI를 포함하지 않는 미래임을 염두에 두고, 신중하게 구축해 나가야 한다.

노동자 친화적 AI에 대한 우리의 주장은 단지 예방적인 것이 아니라 실용적인 것이다. AI는 좁은 영역에서 보여 준 기량 때문에 순수한 자동화의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부풀려 놓았다. 그 논리는 이렇게 흘러간다. AI가 특정 과업에서 이미 인간의 수행을 넘어섰다면, 전문가가 하는 모든 일을, 그것도 전문가 없이, 재현할 수 있을 것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이 가정은 AI의 잠재력을 옹호하는 열광론자부터 그 위험을 경고하는 비판자까지, 스펙트럼 전반의 사고를 빚는다. 두 진영 모두 비슷한 궤도를 그린다. AI가 먼저 전문가의 역량을 흉내 내고, 그다음 인간의 수행을 넘어서며, 끝내 전문가를 쓸모없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 틀에서 AI는 전문성을 향상시키는 것이 아니라, 전문성에 대한 필요를 통째로 없앤다.

이 비전이 이따금 성공을 거둘 수는 있겠지만, 우리는 그것이 성공보다 실패가 더 잦으리라 본다. AI는 대부분의 전문가 업무를 자동화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많은 인간 노동에서 결과의 무게는 너무 크고 판단은 너무 미묘해서, 이러한 역할을 스스로 재량껏 작동하는 불투명한 시스템에 통째로 맡길 수 없다. 많은 의사결정 업무에서 완전 자동화는 여전히 먼 전망이지만, 인간-AI 협력의 기회는 지금 당장 손에 닿는 곳에 있다. AI가 동반자로서 탁월한 까닭은 바로 그 강점들 — 거의 무한에 가까운 기억력, 빠른 패턴 인식, 끊임없는 작동 — 이 인간의 한계를 메워 주기 때문이다. 전문가가 관련된 모든 선례를 떠올리거나, 가능한 모든 시나리오를 고려하거나, 서로 동떨어진 분야의 통찰을 종합하는 데 애를 먹는 곳에서, AI는 이 빈틈을 메울 수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AI는 흔히 인간 고유의 능력 — 맥락을 해석하고 윤리적 판단을 내리며 참신한 해법을 만들어 내고 개별 과업이 더 큰 목표를 어떻게 진전시키는지를 이해하는 능력 — 을 한층 높여 준다.

자동화와 협력 사이의 선택이 절대적일 필요는 없으며, 인간의 판단과 AI의 역량 사이의 분업은 기술이 성숙함에 따라 옮겨 갈 것이다. AI는 변혁적이며 앞으로도 그러할 텐데, 이는 이미 많은 영역에서 분명히 드러난 현실이다. 따라서 결정적인 질문은 AI를 배치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현명하게 배치할 것인가이다. 우리는 가능한 곳마다 최대한의 자동화를 추구하는가? 아니면 인간의 의사결정에서 배우고 인간의 판단을 보강하며 노동자와 나란히 일해 결과를 개선하는 AI 시스템을 개발하는가? 물론 옳은 답은 둘 다이다. 여러 역량에 걸쳐 이 균형을 제대로 잡는 일은 만만찮고 끊임없이 진화하는 과제다. 인간의 숙련과 전문성을 더 가치 있게 만드는 도구를 구축하는 것이야말로 이 과제에 대응하는 주요 전략 가운데 하나가 되어야 한다.

미주

  1. 우리는 "사회적으로 바람직한"과 "노동자 친화적"이라는 용어가 모든 경우에 같은 뜻은 아님을 인정한다. 노동자 친화적 AI가 왜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함의를 많이 지니는지는 아래에서 간략히 설명한다.
  2. 여기서 우리는 시장 가치만을 말하는 것이며, 본질적·정신적·윤리적 가치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3. 가장 전문성이 높은 번역가는 외교 통신, 도서 번역 등 결과의 무게가 큰 용도에서 여전히 수요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자동화가 한 직업의 비전문적 구성 요소를 없애고, 더 전문화되고 보수가 더 높으며 수가 더 적은 일자리의 부분집합을 남기는 흔한 양상이다(Autor and Thompson 2025b).
  4. 2018년 표준직업분류의 직종 15-2050을 보라.
  5. 여기서, 그리고 이 논문 전반에서 전문성에 관한 우리의 논의는 Autor and Thompson(2025b)의 통찰을 통합한 것이다.
  6. 더 일반적으로, 노동 증강 기술은 어떤 집단이 현재 수행하지 않는 과업을 포함하여 여러 과업에 걸쳐 더 생산적이 되게 함으로써, 그 집단이 한계 과업을 두고 다른 이들과 경쟁하게 하고 그들의 과업 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 Acemoglu, Kong, and Restrepo(2025)를 보라.
  7. 여기서 우리는 좁은 의미의 노동 증강 기술과 좁은 의미의 자본 증강 기술에 초점을 둔다. 자본 증강 기술이 기계와 알고리즘을 모든 과업에서 더 생산적으로 만든다면, 그 기술은 노동자에게 과업이 배분되는 방식에 일차적 효과를 미칠 텐데, 이는 다음에서 논의할 자동화 기술과 어느 정도 비슷하다.
  8. 자본 증강의 진보에 직접 영향을 받는 노동자의 임금은 (즉 가격이 산출 증가보다 빠르게 하락하면) 떨어질 수 있지만, 노동에 대한 경쟁이 충분하다면 노동은 총량적으로는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점을 짚어 둔다. 이 순편익은 일반균형 효과를 통해 발생한다. (자본 축적에 따른) 자본의 실질 공급 증가는 자본과 노동이 생산상의 보완재이기 때문에 노동에 돌아가는 총 보수를 높일 수 있다. 마찬가지로 노동 증강 기술은, 노동이 이득을 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자본에 돌아가는 보수는 반드시 높인다. 이러한 미묘한 지점은 Acemoglu, Kong, and Restrepo(2025)와 Jones and Liu(2024)에서 논의된다.
  9. 자동화는 노동자의 교섭력을 줄이는 데 비생산적으로 쓰일 수도 있다. 이 경우 자동화는 산출이나 효율에 아무런 긍정적 효과 없이 노동자의 소득을 희생시켜 기업의 이윤을 높인다(Acemoglu and Restrepo 2026).
  10. Acemoglu and Restrepo(2020)는 산업용 로봇의 도입이, 로봇 도입이 집중된 노동시장에서 블루칼라 과업에 특화된 노동자의 소득을 줄였음을 기록한다.
  11. 이 사례에 대해 틸뷔르흐대학교의 안나 살로몬스(Anna Salomons)에게 감사드린다.
  12. 모든 유형의 일의 양이 늘어나면 노동 수요가 커져 임금이 오르는 경향이 있다. 새로운 과업은 노동 수요를 키우는 데 더하여, 새로운 형태의 전문성에 시장 가치를 부여한다.
  13. 이 기술은 또한 이동 지연을 줄이고 궁극적으로 소비자의 항공권 비용도 낮출 것이다. 다만 그것이 여기서 우리의 초점은 아니다.
  14. 경상인구조사(Current Population Survey)를 활용한 저자들의 계산에 따르면(Flood et al. 2025), 택시·차량호출 기사는 2000년에 28만 8,971명, 2018년에 78만 371명이었다.
  15. 경상인구조사의 연례 사회·경제 부가조사(Annual Social and Economic Supplements)를 활용한 저자들의 계산에 따르면(Flood et al. 2025), 2000년에 택시·차량호출 기사는 경제 전체 평균 연간 임금·급여·사업소득의 67퍼센트를 벌었고, 2018년에는 55퍼센트를 벌었다.
  16. 차량호출 노동은 비교적 낮은 보수와 적은 경제적 안정을 제공한다. 그럼에도 진입 장벽이 낮아지자 수백만 노동자가 이 직종으로 몰려들었는데, 이는 이용 가능한 대안보다 이 일을 분명히 선호했음을 보여 준다. Garin et al.(2025)은 2018년 미국에 긱 노동자가 200만 명을 조금 넘었고, 그 고용의 거의 전부가 차량호출·배달 플랫폼에 있었다고 추정한다.
  17. 이 자료와 슈나이더 일렉트릭에 대한 회사 인터뷰에 기초한다.
  18. 이러한 도구는 현재 존재하지 않지만, 저자들을 포함한 일부 전문가들이 여러 소규모 기술 기업·비영리단체와 협력하여 개발하고 있다. 이 도구를 개발한 뒤 여러 나라에서 평가하려는 의도이며, 인도의 한 큰 주에서 시작해 케냐와 나이지리아에서도 평가할 계획이다.
  19. 더 정확히 말하면, 생산성을 높이는 것은 무엇이든 노동자·기업·소비자의 어떤 조합에 돌아가야 하는 잉여를 만들어 낸다. 노동자 친화적 AI에 대한 우리의 정의는 그 잉여의 일부가 노동자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큰 조건을 규정한다. 나머지가 기업과 소비자 사이에 어떻게 나뉘는지는 확정되지 않지만, 매 경우는 아니더라도 평균적으로는 양쪽 모두 이득을 보리라 가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20. 증거를 보면 기업은 노조가 있는 사업장을 닫고 사업을 노조가 없는 사업장으로 옮긴다. Wang and Young(2024)을 보라.
  21. 기술 진보의 방향을 이끄는 정책 수단에 대한 이론적 논의는 Korinek and Stiglitz(2025)를 보라.

※ 본 번역은 해밀턴 프로젝트(The Hamilton Project, Brookings Institution)가 2026년 2월 발간한 정책 보고서 Building Pro-Worker Artificial Intelligence(Daron Acemoglu, David Autor, Simon Johnson)의 한국어 번역본이다. 분량을 고려해 네 차례에 걸쳐 나누어 실었으며 이번 회차로 마무리한다. 참고문헌은 원문(hamiltonproject.org)을 참조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