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노동자 친화적 인공지능 구축 (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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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노동자 친화적 인공지능 구축 (하-1)

이명규 0 77 05.20 11:31

번역 게재 · (하-1)

노동자 친화적 인공지능 구축

Building pro-worker artificial intelligence

다론 아제모글루(Daron Acemoglu) · 데이비드 오토(David Autor) · 사이먼 존슨(Simon Johnson)
해밀턴 프로젝트(The Hamilton Project), 브루킹스 연구소, 2026년 2월

Ⅲ. 현장에서의 노동자 친화적 AI · Ⅳ. 노동자 친화적 AI의 구체적 사례


Ⅲ. 현장에서의 노동자 친화적 AI

우리의 틀은 어떤 유형의 기술 변화가 노동자 친화적일 수 있는지 가려내는 기준을 제공한다. 우리의 핵심 기준은 이렇다. 노동자 친화적 기술은 인간의 숙련과 전문성을 덜 필요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더 쓸모 있게 만든다. 노동자 친화적 기술은 인간 전문성의 쓸모와 범위, 적용 가능성을 넓혀 이를 실현한다. 그 결과 노동자는 자신의 전문성을 더 효과적으로 발휘하고, 나아가 새로운 전문성도 더 효율적으로 익힐 수 있게 된다. 노동자와 기술은 협력해 새로운 과업과 더 정교한 기존 과업에서 노동자의 전문성의 가치를 끌어올린다(Acemoglu 2021; Acemoglu, Autor, and Johnson 2023; Autor and Manyika 2025). 이와 달리 순수한 자동화 기술은 협력과 정반대로 작동한다. 인간의 전문성을 상품화해 그 가치를 떨어뜨리고, 어쩌면 불필요하게 만든다.

우리가 강조하는 바는, 노동자 친화적 AI가 누구든 전문성·판단·훈련 없이도 무엇이든 할 수 있게 해 주는 만능 도구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런 도구가 존재한다면 유용한 점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동시에 노동을 완전히 상품화해 노동의 희소성 가치를 줄이거나 없애 버릴 것이다. 이는 심대한 사회적 도전을 낳을 것이다. 이에 관해서는 예컨대 Bell and Korinek(2023), Autor and Thompson(2025a), Restrepo(2025)에서 논의된다.

여기서는 위에서 논의한 가상의 항공기 정비·수리 기술자 도구들에 이 노동자 친화적 틀을 적용해 본다.


  • ●항공정비 자동화 도구는 순수한 자동화 도구다. 이 도구는 AMT가 지닌 전문성을 상품화하며, 궁극적으로는 그들의 노동을 완전히 불필요하게 만들 수도 있다. 그렇게 되기 전이라도 이 도구는 AMT의 전문화된 지식의 희소성 가치를 희석하거나 없앰으로써 그들의 소득 능력을 분명히 줄일 것이다.


  • ●AMT 보조 도구는 노동자 친화적 AI에 훨씬 더 가깝다. 이 도구는 노동자의 기존 전문성을 활용하고 확장하며, 노동자가 새로운 전문성을 더 효율적으로 습득하게 한다. 그러나 많은 기술이 그렇듯, AMT 보조 도구도 여러 범주의 기술 요소를 결합하고 있다. AMT 보조 도구는 노동자가 참신한 과업, 즉 예전에는 실행 불가능했던 과업을 수행하게 한다는 점에서 명백히 노동자 친화적인 잠재력을 지닌다. 그러나 AMT 보조 도구는 전문성 평준화 기술이기도 해서, 경험이 적은 정비사와 기술자가 예전에는 더 많은 훈련과 경험을 갖춘 노동자가 필요했던 과업을 해낼 수 있게 한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전문성 평준화 기술에는 가격을 낮추고 초심자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어 주는 등 여러 잠재적 이점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능력은 노동자에게는 득과 실이 섞여 있다.


  • ●AMT 리프트오프는 명백히 노동자 친화적인 AI다. 다른 사람의 전문성을 깎아내리지 않으면서도 노동자의 전문성을 넓혀 주기 때문이다. AMT 리프트오프는 기존 종사자와의 경쟁을 만들어 내지 않는데, 이 시나리오에서는 기존 항공우주 기술자가 거의 없다고 가정했기 때문이다. 이 점은 AMT 리프트오프가 흔치 않은 유형의 새 기술이라는 점을 보여 주기도 한다.

우리의 초점은 명백히 노동자 친화적인 AI 응용에 있지만, AMT 자동화 도구조차 노동자에게 순전히 부정적이지만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짚어 둔다. 이는 두 가지 의미에서 그렇다. 첫째, 이 도구는 항공 분야의 다른 노동자, 예컨대 항공기가 지상에 묶여 있는 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혜택을 보는 조종사와 항공 승무원의 전문성을 한층 더 가치 있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13 둘째, 더 근본적으로, AMT 자동화 도구는 항공기 정비기술자의 진입 문턱을 낮춘다. 그 결과 이 도구가 없었다면 더 낮은 임금의 다른 일을 했을 노동자들에게 이 직종이 열릴 가능성이 크다.

이 사례는 예외적인 것이 아니다. 예컨대 앱 기반 차량호출 서비스(예: 우버와 리프트)의 등장이 택시·차량호출 기사 시장을 어떻게 바꿔 놓았는지 생각해 보라. 미국에서 택시·차량호출 기사의 고용은 2000년에서 2018년 사이 약 60퍼센트 늘었다.14 동시에 주로 도시에서 일하는 이 기사들의 평균 소득은 경제 전체 평균에 견주어 하락했다.15 이 두 추세 모두 앱 기반 차량호출 서비스의 확산이 빚어낸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 장소와 경로에 대한 전문 지식의 필요(그리고 택시 면허의 필요)를 없앰으로써, 차량호출 서비스는 자동차, 스마트폰, 운전면허, 그리고 최소한의 범죄 경력 요건만 갖춘 사실상 모든 성인에게 택시 운전 직종을 열어 주었다. 이는 기존 택시 기사에게 치열한 경쟁을 만들어 내 그들의 임금을 낮췄을 가능성이 크지만, 동시에 수백만 노동자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어 주었다. 이는 기존 택시 기사에게는 분명히 불리했지만, 신규 진입자에게는 유리했다. 이제 신규 진입자는 기존 기사보다 수가 훨씬 많다.16

우리는 차량호출 서비스를 노동자 친화적 기술로 분류하지 않는다. 차량호출 서비스는 택시 기사가 제공하던 서비스를 상품화해 새로운 경쟁을 폭발적으로 만들어 냈고, 그 과정에서 기사들의 임금을 낮췄다(Berger, Chen, and Frey 2018). 그러나 차량호출 서비스가 동시에 소비자에게 이득을 주었고, 노동자의 진입 장벽을 낮춰 상당한 새 일자리 기회를 만들어 냈다는 점 또한 짚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차량호출 부문의 다음 국면은 완전 자율주행차(예: 웨이모, 죽스)인 것으로 보이며, 이는 미국 대도시권 전역에서 확산되고 있다. 자율주행 차량호출 서비스는 사람이 운전하는 차량호출 서비스보다 오히려 더 소비자 친화적이라 할 만하다. 장기적으로 이 서비스는 이전보다 더 편리하고 더 안전하며 어쩌면 더 저렴할 것이다. 이 서비스를 출퇴근에 이용하는 사람들 같은 일부 노동자는 분명 혜택을 볼 것이다. 그러나 차량호출 기사의 관점에서 보면 이 기술은 그들 직종의 종착역이 될 수 있다.

Ⅳ. 노동자 친화적 AI의 구체적 사례

리클라이더(1960)의 비전을 다시 떠올려 보자. 그것은 정신과 기계의 협력체가 "지금껏 어떤 인간의 두뇌도 해내지 못한 방식으로 사고하고, 오늘날 우리가 아는 정보 처리 기계가 도달하지 못한 방식으로 데이터를 처리"하리라는 비전이었다. 이것은 우리의 비전이기도 하며, 노동자 친화적 AI라는 개념이 담고 있는 바이기도 하다. 여기서는 사용 중이거나 개발 중인 노동자 친화적 AI 도구의 다섯 가지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우리가 각각을 왜 노동자 친화적 AI라고 보는지를 설명한다.

이 구체적 사례들은 노동자 친화적 AI가 음식 배달부터 시설 관리 서비스, 숙련 기능직, 교육, 그리고 특허 심사관의 추상적·기술적 평가 업무에 이르기까지 여러 영역에 폭넓게 미친다는 점을 잘 보여 준다. 이 노동자 친화적 AI 응용들은 시제품 단계든 본격 도입된 상태든 이미 현장에 나와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인간 전문성을 증폭하는 강력한 수단으로 기능하고자 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일을 "하향 평준화"하지 않는다. 오히려 노동자가 자신의 지식과 판단을 더 잘 활용하고 그 지식을 새로운 문제에 적용하며, 나아가 그 문제를 풀기 위한 새로운 지식까지 습득할 수 있게 한다.

A. 전기기술자 보조 도구

전기기술자 보조 도구(Electrician's Assistant, EA)는 위에서 다룬 우리의 AMT 보조 도구와 비슷하다. 글로벌 전기 서비스 공급업체 슈나이더 일렉트릭(Schneider Electric)이 개발한 EA는 전기기술자와 전기 엔지니어가 전기 기계와 회로의 문제를 찾아내도록 돕는다. 이 도구는 대형언어모델(LLM)을 사용해 특정 수리·고장 진단 작업을 수행하는 엔지니어와 전기기술자에게 실시간 지원을 제공한다. 노동자는 관련 하드웨어 사진 같은 입력을 시각적·수동적으로 넣어 EA를 작동시킨다. EA의 AI 모델은 이 입력을, 숙련 전기기술자들이 미리 기록해 둔 기계 정보와 과거 문제 사례의 데이터베이스와 대조하여, 현장 기술자를 돕기 위한 권고와 단계별 절차를 제안한다.

이 도구가 도입되기 전에는 대학원 교육을 받은 엔지니어가 공장의 기계 센서 데이터와 점검 요청을 직접 검토하고, 권장 정비·수리 조치를 상세히 적은 보고서를 작성하며, 산출물을 작업 현장 고객의 언어로 번역했다(Godemel 2024).17 이러한 문서로 학습된 EA 도구는 입력 데이터를 요약하고, 정비 권고안을 초안으로 작성하며, 보고서를 고객의 모국어로 번역한다. 이 도구를 쓰는 엔지니어들 사이에서 정비 보고서 작성에 걸리는 평균 시간은 절반으로 줄어든 것으로 보고된다.

무엇이 이 도구를 노동자 친화적으로 만드는가? 이 도구는 전기기술자·현장 기술자·엔지니어의 전문성을 활용해 그들이 장비를 더 효과적으로 정비·진단·수리할 수 있게 한다. 이 도구를 쓰는 엔지니어는 AI가 생성한 권고를 정확하게 수정하기 위해 여전히 의사결정 과정에 관여한다. 즉 엔지니어는 그저 수동적으로 지시만 따르는 것이 아니라 도구와 협력하며 일한다. 이 도구의 도움을 받아 엔지니어는 기존 업무를 더 효율적이고 신뢰성 있게 해낼 수 있고, 예전에는 손이 닿지 않던 더 까다로운 업무에 도전할 수 있다. 우리는 이를 새로운 과업의 수행으로 해석한다. EA와 비슷한 도구는 배관공, 건축 시공업자, 의료 종사자 등 더 많은 기능직과 현대적 숙련 노동자를 돕도록 쉽게 만들 수 있다.

EA의 실질임금 효과를 직접 평가할 수 있는 데이터는 없다. 그러나 우리는 EA가 엔지니어와 전기기술자에 대한 수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임금을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이 도구가 이러한 기술적 과업을 맡을 수 있는 노동자의 실질적 공급을 늘릴 수도 있다는 점은 짚어 둔다. 그리고 경험이 적은 기술자와 경험이 많은 기술자 사이의 경쟁을 격화시킬 수도 있다. 앞서 보았듯이, 한 노동자 집단의 역량을 끌어올리면서 다른 노동자에게 새로운 경쟁을 들이지 않는 경우는 드물다. 그럼에도 EA가 노동자 친화적일 가능성이 큰 까닭은, 그것이 노동자의 전문성을 더 효과적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B. 서비스 노동자 보조 도구

또 다른 유형의 잠재적인 노동자 친화적 AI 도구는, 공장과 서비스 일자리에 종사하는 저임금 노동자를 위해 노동시장에서의 의사결정을 돕는 도구일 것이다.

이러한 도구 가운데 하나는 미국 태평양 연안 북서부에서 장애인을 고용하는 한 사회적 기업이 어느 스타트업과의 협업으로 개발되어 이미 존재한다. 임파워먼트 컴패니언(Empowerment Companion)이라 불리는 이 도구는 저임금 노동자를 위한 개인화된 대화형 AI 비서로, 업무 과업과 그 밖의 노동시장 전략 모두에 대해 조언과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 취지는 기업에 명목적인 비용만 부담시키면서 노동자에게 지속적인 안내와 의사결정 지원을 제공하여, 기업이 직원을 채용하고 훈련하고 지원하는 방식을 바꾸어 놓을 수 있다는 데 있다.

이 AI 비서는 현재 시설 관리 노동자에게 필요할 때마다 과업 관리, 피드백, 점검 기능을 제공한다. 이 비서는 대형언어모델을 기반으로 한다. 작업 지시서를 분석한 뒤, 그 구체적 내용에 맞춰 각 노동자에게 맞춤형 과업 안내를 제공하고, 과업이 완수될 때까지 필요할 때마다 안내를 반복한다. 예컨대 노동자는 잘 지워지지 않는 기름 얼룩을 제거하는 데 가장 알맞은 세제와 기법에 관한 안내를 영상 설명과 함께 받을 수 있다. 또한 이 도구는 컴퓨터 비전을 사용해 과업이 계약 사양대로 완수되었는지 확인하고, 그렇지 않으면 노동자가 남은 문제를 처리하도록 다시 안내한다. 우리는 이 도구를 잠재적으로 노동자 친화적이라고 본다. 노동자가 자기 일을 더 효과적으로 수행하고 그 결과를 기록하며, 어쩌면 더 폭넓은 과업까지 해내도록 돕기 때문이다. 고용주도 훈련 비용, 관리 시간과 노력, 감독 부담이 줄어드는 식으로 이러한 AI 비서에서 이득을 볼 수 있다.

그러나 겉보기에 무해해 보이는 기술조차 다른 목적에 동원될 수 있다. 예컨대 아마존닷컴은 플렉스(Flex)라는 전화 기반 앱으로 자사의 아마존 플렉스 운전기사를 채용하고 감시하고 해고("비활성화")한다(Crispin 2021). 임파워먼트 컴패니언과 아마존 플렉스의 차이는 무엇인가? 기술적으로는 그 차이가 크지 않으리라고 우리는 짐작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아마존 플렉스를 노동자 친화적 기술이라 부르지 않을 것이다. 이 두 도구의 차이는 기술이 아니라 의도다. 임파워먼트 컴패니언은 노동자의 자율성을 뒷받침하고 자기효능감을 키우도록 설계되었다. 반면 아마존 플렉스는 중앙집중적 감시와 통제를 강요하고, 그 과정에서 노동자의 자율성을 줄이도록 설계된 것으로 보인다. 안타깝게도 우리에게는 어떤 설계가 더 효과적이며 누구에게 그러한지를 평가할 수단도, 더 긴 안목에서 어떤 모델이 이길지를 예측할 수단도 없다. 아마존과 그 플렉스 운전기사 모두에게 똑같이 좋거나 더 나은 결과를 가져다줄 만한 아마존 플렉스의 노동자 친화적 대안이 존재하는가? 아니면 반대로 임파워먼트 컴패니언이 플렉스처럼 자율성을 줄이고 감시를 강화하는 데 쓰인다면 더 큰 수익을 내리라고 고용주들이 결국 결론 내릴 것인가? 우리는 현재로서는 두 질문 어느 쪽에도 확신을 갖고 답할 수 없다.

C. 교사의 AI 조력 도구

비슷한 협력 모델을 교육자와 학생을 돕는 데에도 적용할 수 있다. 관련 교육과정 자료와 과거 교실 경험으로 학습된 한 수업 지원 도구를 생각해 보자. 이 도구는 학생들이 주기적으로(예: 매주) 치르는 짧은 퀴즈의 답안과, 교실 안에서 실시간으로 들어오는 시각적 정보을 입력값으로 받는다. AI는 이 자료들을 분석하여 각 학생이 학습 내용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를 평가하고, 각 학생의 정확한 난점과 집단 구성에 따라 교실을 더 작은 그룹으로 재편하는 방안과 각 그룹을 위한 수업 계획의 선택지를 교사에게 권고한다.18 (교사는 AI 도구의 권고를 따르지 않을 수도 있다.)

이 기술의 어떤 부분이 노동자 친화적(교사 친화적)인가? 수많은 자동화된 교육 상품이 교사의 필요를 줄이려 하는 반면, 이런 종류의 AI 도구가 성공적으로 도입되면 교사의 효능이 높아져, 교사가 한정된 시간과 주의력을 가장 필요한 곳에 집중하고 학생 각자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수준에서 학생과 마주할 수 있게 된다. 이 도구가 교사에게 요구하는 과업은 더 정교하고 어쩌면 참신한 것이어서 우리 정의의 한 부분을 충족한다. 또한 교사는 이 도구를 활용하고 더 유연한 수업 방식을 익히기 위해 새로운 전문성을 길러야 할 텐데, 이는 노동자 친화적 AI에 대한 우리 정의의 두 번째 부분을 충족한다. 이러한 형태의 교실 교육은 이 도구와 함께 일하는 교사가 더 있어 학습 필요에 따라 학생 소집단을 지원할 수 있다면 한층 더 효과적일 것이다. 이 기술을 쓰는 학교는 결국 교사를 더 많이 고용하고 싶어질 수도 있다.

이 협력적 교육 패러다임은 코치, 관리자, 작업조 감독자, 기업 교육담당자 등 팀을 이끌고 훈련하는 일에 종사하는 노동자를 지원하는 데에도 쉽게 확장될 수 있다.

D. 특허 심사관을 위한 의사결정 지원

노동자 친화적 잠재력을 지닌 또 다른 AI 응용은, 노동자가 더 심층적인 분석을 수행할 수 있게 하는 검색·분류 도구다. 한 가지 사례를 미국 특허청(USPTO)에서 찾을 수 있다. 2021년 USPTO는 자사의 선행기술 검색 소프트웨어에 AI 검색 도구를 통합하기 시작했고, '모어 라이크 디스(More Like This)'라는 도구를 통해 심사관이 선행기술 검색을 더 정밀하게 수행하고 심사 시간을 줄일 수 있게 했다(USPTO n.d.). 액센추어 페더럴 서비스(Accenture Federal Services)가 USPTO와 협업해 개발한 모어 라이크 디스는 특허 심사관이 출원을 더 빠르게 처리하게 할 뿐 아니라, 노동자 친화적 AI의 관점에서 더 중요한 점은, 이 도구가 기존 특허에 대한 더 깊은 조사를 바탕으로 신규 특허 출원을 더 잘 평가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AI의 도움이 있기 전에 특허 심사관은 수작업 문서 검토와 불리언 검색(예: "저자 성이 'A'로 시작", "발행 연도가 1964년")에 의존했다. 이러한 검색 방법은 관련 있는 선행기술과 곁가지로만 관련된 선행기술을 잘 구분하지 못한다. 심사관은 특허 한 건을 심사하면서 수천 건의 문서를 헤집는 데 하루를 꼬박 쓰기도 했다.

불리언 검색과 달리, 모어 라이크 디스는 심사관이 관련 있다고 식별한 문서와 유사한 문서를 제안한다(USPTO 2022). 검색 결과를 검토할 때 심사관은, 문서들이 서로 다른 용어를 쓰더라도 해당 참고문헌과 개념적으로 관련된 추가 문서를 요청할 수 있다. 한 기능은 심사관이 검색에서 문자열이나 개념의 일부에 부여하는 중요도에 가중치를 둘 수 있게 한다. 심사관은 발명의 참신한 측면을 강조하는 한편 흔한 업계 용어의 비중은 낮출 수 있다. 이전 검색 도구는 처리에 몇 시간이 걸렸던 반면, 이 도구에 대한 질의는 몇 초 만에 답을 받는다.

2024년 6월 기준 USPTO 특허 심사관의 거의 80퍼센트가 기존 검색 방법을 보완하기 위해 하나 이상의 AI 기반 검색 기능을 사용한 적이 있었다(USPTO 2025). 검색 시간이 줄어든 덕분에 심사관은 가장 관련성 높은 문서를 분석하는 데 더 많은 주의를 쏟을 수 있다. 더 중요하게는, 심사관이 이제 특허에 관한 관련 참고문헌과 추가 정보를 더 잘 찾아낼 수 있다.

이것은 노동자 친화적 도구인가? 우리의 잠정적 답은 '그렇다'이다. 이 도구가 가치가 낮은 보조 과업(예: 특허 검색)에 들이는 시간을 줄이고 심사관이 가치가 높은 전문 과업(예: 평가, 판단)에 집중하게 한다면, 그것은 숙련된 특허 심사관의 전문성을 한층 더 가치 있게 만들 수도 있다. 더 나아가 이 도구가 특허 심사관으로 하여금 참신하고 예전에는 실행 불가능했던 과업(예: 신규 특허 출원과 선행기술 사이의 더 깊은 비교)에 도전할 수 있게 한다면, 이 도구는 우리의 정의에 따라 거의 확실히 노동자 친화적일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이 도구가 특허 심사관이 기존 과업을 더 빨리 하게 하는 것 외에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심사관의 전문성 가치를 키우지 못한 채 그저 노동을 절약할 뿐일 수도 있다.

E. 청각 보조 AI

2025년 중국에는 2억 명이 넘는 긱 노동자(gig worker)가 있었는데, 이는 같은 해 미국 전체 고용보다 약 3,000만 명이나 많은 수다(The Economist 2025). 긱 노동자의 상당 부분은 음식 배달을 하며, 그중 일부는 청각 장애가 있다(Chen et al. 2025). 청각 장애는 이 일에서 의외로 큰 영향을 미친다. 중국의 긱 노동자는 배달 물건을 들고 도착하면, 출입이 통제된 건물에 들어가거나 큰 단지 안에서 세대를 찾기 위해 수령인에게 전화를 걸어야 한다.

음성 통화로 고객과 소통해야 한다는 요건은 청각 장애가 있는 노동자를 불리하게 만든다. Chen et al.(2025)에 따르면, 청각 장애가 있는 노동자는 플랫폼 경력이 비슷한 다른 노동자보다 더 적은 주문을 완수하고 더 많은 나쁜 평가를 받는다. 이런 좌절스러운 결과에도 청각 장애가 있는 노동자는 대개 청각 장애가 없는 노동자보다 더 많은 시간을 일하고 더 오랜 기간 플랫폼에 머무는데, 이는 경제의 다른 곳에서 그들의 선택지가 상대적으로 제한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2024년 중국의 한 긱 플랫폼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이 문제에 주목해 단순한 기술적 해법을 만들었다. 청각 장애가 있는 노동자를 위해 실시간 텍스트-음성 변환과 음성-텍스트 변환을 수행하는, 배달 앱에 내장된 음성 챗봇이다. 이 단순한 도구는 청각 장애가 있는 운전기사와 그렇지 않은 운전기사 사이의 고객 평가 격차를 없앴고, 오히려 청각 장애가 있는 노동자가 청각 장애가 없는 노동자보다 더 나은 성과를 내게 만들었다. 소통 장벽이 사라지자, 청각 장애가 있는 노동자는 그들의 더 풍부한 경험에 걸맞은 수준의 성과를 냈다.

이 노동자 친화적 AI 사례는 너무나 단순해서, 과연 우리 정의에 들어맞는지 의아할 수도 있다. 그러나 들어맞는다. 이 기술이 인간의 숙련과 전문성을 더 가치 있게 만들기 때문이다. 긱 배달 노동자의 핵심 서비스는 음식을 식당에서 고객에게 옮기는 것이다. 청력이 좋은 대부분의 배달 노동자에게 고객과 소통하는 일은 사소하고 전문성이 필요 없는 과업이지만, 그럼에도 성공에 꼭 필요한 일이다. 배달 앱에 단순한 음성-텍스트-음성 변환 도구를 더한 것이 청각 장애가 있는 노동자에게 이 능력을 가능하게 했고, 그 결과는 변혁적이었다. 이 노동자 친화적 AI 응용이 시시해 보인다면, 실시간 음성-텍스트 변환과 텍스트-음성 변환 서비스가 애플이 2011년 음성 비서 시리(Siri)를 선보이기 전에는 스마트폰에서 사실상 알려지지 않았던 AI 기반 도구임을 떠올려 보라.


※ 본 번역은 해밀턴 프로젝트(The Hamilton Project, Brookings Institution)가 2026년 2월 발간한 정책 보고서 Building Pro-Worker Artificial Intelligence(Daron Acemoglu, David Autor, Simon Johnson)의 한국어 번역본이다. 분량을 고려해 네 차례로 나누어 싣는다.

다음 회 (하-2) Ⅴ. 노동자 친화적 AI는 왜 어디에나 있지 않은가? · Ⅵ. 노동자 친화적 AI를 향해 나아가기 · 결론 · 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