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명박 정부 일자리정책 1년(한겨레신문 2009.2.26)
김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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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26 12:00
경제 살리기와 ‘연 7% 성장으로 일자리 300만개 창출’을 공약으로 내건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 한 해가 지났다.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은 -5.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나라 중 꼴찌고, 지난달엔 일자리가 십만 자리나 사라졌다. 이제는 황당한 공약(空約)으로 판명난 지 오래지만, 작년 이맘때는 꽤 그럴듯한 공약(公約)으로 믿었던 사람도 있었던 것 같다. 청년실업을 절반으로 줄이겠다, 비정규직 차별을 해소하겠다던 공약은 슬그머니 없애면서도, ‘연 7% 성장으로 일자리 창출 300만개’는 국정과제로 자리매김했으니 말이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곤 한동안 일자리 정책이라 할 만한 게 없었다. 경제가 성장하면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공허한 메아리만 되돌아올 뿐이었다. 경제위기와 고용위기가 심화되자, 이명박 정부 일자리 정책은 하나둘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747-일자리 300만개’ 공약은 폐기하고, ‘녹색뉴딜-일자리 96만개’로 대체했다. 그렇지만 정책 최우선 순위가 건설업자 퍼주기고, 일자리 수를 과대포장하고 그나마 단순 노무직·비정규직 일자리가 대부분인 점에선 변함이 없다.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늘려야 일자리를 보호할 수 있다며 비정규직 보호법 개정을 추진한다. 고용사정이 악화된 기업은, 사용기간이 2년이든 4년이든 비정규직부터 줄이려 들 것이다. 정규직 전환을 촉진해서 일자리의 안정성을 높이는 게 일자리를 보호하는 최선의 방안이다. 그럼에도 근거 없는 ‘7월 고용대란설’로 국민을 협박하고 사용기간 연장을 추진하는 것은, 모든 법률을 규제로 바라보는 시장 근본주의와,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을 선호하는 노동시장 유연화론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60살 이상 고령자의 최저임금을 삭감하는 내용의 최저임금제 개정도 추진한다. 최저임금 이하를 받더라도 일할 의사가 있는 사람을 위해 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강변한다. 그렇지만 본래 최저임금법은 이런 ‘바닥으로의 질주’를 막기 위한 것이다. 게다가 최저임금을 낮춘다고 일자리가 늘어날 가능성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내수 기반을 잠식해서 일자리만 축소할 것이다.
올해 졸업생은 대부분 취업을 못한 상태에서 대학 문을 나선다. 경제 환경이 불확실해 민간부문에선 일자리가 늘어날 가능성이 희박하다. 지금 시기는 공공부문에서 제대로 된 일자리를 만들어 청년층 취업난을 해소할 때다. 10조원이면 연봉 2천만원짜리 일자리를 50만개 만들 수 있다. 그렇지만 부자들에겐 수십조원의 세금을 깎아주면서도, 청년층에겐 인턴(?)이란 이름 아래 아르바이트 일거리만 제공한다. 게다가 한편에선 공공부문 인력감축이니 하며 가뜩이나 어려운 취업난을 부채질한다. 일자리 나누기는 본래 노동시간을 단축해서 일자리를 유지하거나 일감을 나누자는 것으로, 노동자들의 줄어든 임금을 어떻게 보전할 것이냐가 고통분담의 핵심이다. 그렇지만 이명박 정부에서 ‘노동시간 단축’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이번 기회에 임금을 삭감하자’로 본말이 뒤바뀐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는 속담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1930년대 대공황 때 루스벨트 대통령은, 시민들의 구매력을 높이고 노동자들과 가난한 사람들이 경제적 어려움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되도록 실업보험, 일자리 창출, 사회보장, 최저임금 제도를 도입하고,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했다. 당시 노동조합은 “대통령은 당신이 노동조합에 가입하기를 원한다!”를 표어로 내걸고 노동자들을 조직했다. 이명박 정부에선 ‘녹슨 삽질’이 ‘녹색 뉴딜’로 불리지만 원래 뉴딜은 이런 것이다.
일자리정책, 이명박정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