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의 창] 현대차 불법파견 투쟁, 아직 끝나지 않았다/최병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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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의 창] 현대차 불법파견 투쟁, 아직 끝나지 않았다/최병승

구도희 185,073 2014.08.29 10:42
 
최병승 현대자동차 노동자(fnwmqorro@hanmail.net)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 1,600여 명이 제기한 근로자지위 확인소송 선고를 3일 남겨두고, 지난 8월 18일 현대자동차(주)와 현대자동차지부, 아산공장 사내하청지회, 전주 비정규직지회는 ‘사내하도급 관련 합의서’를 작성했다. 다음날 아산지회와 전주지회 조합원 총회에서 사내하도급 관련 합의는 추인됐다.
현대차는 기다렸다는 듯 기채용 된 소송자를 면담했고, 인감증명서를 수령해서 대리인을 통해 소취하서를 접수했다. 법원은 소취하서 동의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며 4주간 선고를 연기했다. 선고 연기와 동시에 사측은 특별채용을 공고했다. ‘소 취하와 재 소송 금지 확인서’를 현대차지부에 제출해야 채용원서는 효력이 생긴다. 그래야 9월 18일~19일로 연기된 집단소송을 또 다시 연기시킬 방법이 생기기 때문이다. 
언론은 현대차 불법파견 문제가 해결됐다고 호들갑을 떨었고, 현대차지부는 “비정규직 없는 세상의 단초를 마련했다”고 자화자찬하며, 졸속 합의를 옹호했다. 하지만 현대차 비정규직지회는 ‘조합원 배제없는 생산하도급 전원 정규직 전환’을 포기하지 않겠다 선언했다.
 
현대차에게 불법파견 면죄부 준 8.18 합의
본 합의서 1종, 부속합의서 4종, 비공개합의서 1종으로 구성된 ‘8/18 합의서’의 어디를 뒤져봐도 ‘불법파견’이라는 단어를 찾아볼 수 없다. 당연히 불법파견에 따른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도 없다. 정규직 방식도 신규채용이다. 예전과 다른 것은 사내하청업체 근속을 일부 인정해준다는 것 밖에 없다. 그래서 ‘불법파견 관련 합의’가 아니라 ‘사내하도급 관련 합의’가 됐다. 
합의서는 지역 및 공정 이동을 위해 전환배치에 동의했다. 지금도 강제전환배치와 공정변경 등으로 불법파견을 은폐했던 현대차는 이제 합의에 따라 합법적으로 불법파견을 인멸할 수 있게 됐다. 이것은 사내하청노동자 일부를 특별채용하는 조건으로 불법파견 노동자를 합법도급노동자로 전환시킬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다. 비정규직은 유지되고, 지금보다 확대될 것이다. 2000년 현대차 노조가 16.9%의 비정규직 사용을 인정하는 조건으로 정규직의 고용보장을 받은 ‘고용안정합의서’ 작성 이후 비정규직이 급증한 것과 같은 효과를 낼 것이다. 그때와 다른 것은 현대차 불법파견에 면죄부를 주는 합의 주체로 불법파견으로 인해 10년 넘게 고통받은 비정규직(아산지회, 전주지회)이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와 정몽구 회장, 파견법 위반으로 처벌해야
현대차의 불법파견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희생됐다. 현대차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해고자만 220명(2010년을 기점으로 이전 106명, 이후 114명)이다. 이 투쟁 과정에서 비정규직 노동자 2명이 분신했고, 류기혁 열사와 박정식 열사를 가슴에 묻어야 했다. 울산공장에서만 비정규직 노동자가 20번이나 구속됐다. 
현대차가 2004년 노동부가 현대차 모든 생산사내하청업체(127개)의 모든 공정(9234공정)을 불법파견으로 판정했을 때 비정규직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했다면, 이 같은 희생자들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2010년에 현대차가 대법원 판결을 이행했다면 희생자의 절반은 고통받지 않았을 것이다. 이 고통으로 많은 노동자가 현대자동차를 떠났고, 가정을 잃어버리기도 했다. 그 고통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만일 쓰레기 같은 합의를 이유로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삶을 파괴시킨 현대차와 실질적 책임자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에게 불법파견의 면죄부를 준다면 투쟁 과정에서 희생당한 비정규직 노동자를 두 번 죽이는 일일 것이다. 그리고 고통받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통은 더 증가할 것이다. 
 
침묵은 현대차 불법파견을 용인하는 것
현대차가 졸속적인 노사합의를 통해 불법파견을 인멸하는 이 상황에서도 현대차 비정규직지회는 생산하도급 전원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투쟁하고 있다. 또 아산사내하청지회의 일부 조합원도 ‘8.18 신규채용 쓰레기안 직권조인 사태관련 대책 마련을 위한 조합원 모임’을 구성하고 8.18 합의 불복종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이는 현대차 불법파견 투쟁이 현대차비정규직노동자만의 투쟁이 아니기에 가능하다.
불법파견 투쟁은 수많은 연대 동지들이 10년 넘게 함께 했기에 가능했다. 이러한 연대에 보답하는 것은 최소한의 사회적 상식과 기준이 되는 법과 법원 판결보다 못한 합의를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규직 전환’과 ‘불법파견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그리고 ‘파견법 위반에 따른 현대차 처벌’은 이번 투쟁에서 관철시켜야 하는 최소한의 기준이다.
10년을 싸운 노동자들이 또 몇 년이 걸릴지 모르겠지만 최소한의 기준을 지키기 위해 투쟁을 결의했다. 이들의 외침에 화답하지 않고 침묵하는 것은 현대차 불법파견을 용인하는 것과 같다. 또한 노조 민주주의를 훼손한 합의를 인정하는 것은 민주노조를 부정하는 것이다. 
현대차 불법파견 투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연대투쟁한 동지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현대차 비정규직지회와 함께 할 것을 호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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