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의 창] 협동조합 노동분쟁을 돌아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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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의 창] 협동조합 노동분쟁을 돌아보며

이정봉 2,911 2023.07.17 18:32

[연구소의 창] 협동조합 노동분쟁을 돌아보며



작성: 이정봉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객원연구위원



‘구례자연드림파크’. 놀이공원 느낌이 나는 이름이지만 산업단지다. 구례군이 조성한 산업단지에 아이쿱생협이 공장, 물류시설, 문화시설 등을 포함해 만든 산업문화복합단지이다. 아이쿱생협 관련 업체들로 채워진 구례자연드림파크에서 2017년 노동분쟁이 있었다. 한때 중앙 일간지와 국정감사에서 다루어질 만큼 주목을 받았지만, 아직 단체협약도 체결하지 못한 채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아이쿱생협이 제기한 3개의 소송


2017년 7월 구례자연드림파크를 관리하는 업체(주식회사 구례클러스터) 노동자들이 산업단지 내 입주해 있던 다른 업체 노동자들과 함께 노동조합(공공운수노조 광주전남지부 구례자연드림파크지회)을 만들었다. 노동조합은 당시 회사의 여러 조치를 탄압으로 여겼고, 상황이 악화되는 책임이 아이쿱생협연합회에 있다고 생각하여 아이쿱생협연합회를 비판했다. 문제는 바로 이 지점에서 생겨났다. 아이쿱생협연합회는 노조가 (주)구례클러스터에서 발생한 분쟁을 아이쿱생협과 연관된 것처럼 주장하여 명예가 훼손됐다며 소송을 걸었다. (주)구례클러스터 노사 간 분쟁과 별개로, 노동조합과 협동조합 간에 새로운 분쟁이 만들어진 것이다. 

2018년 9월 아이쿱생협연합회가 (주)구례클러스터의 노사분쟁에서 ‘아이쿱생협’의 이름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요구하며 소송이 시작됐다(첫 번째 소송: 비방금지가처분). 첫 번째 소송에서 ‘아이쿱생협연합회는 (주)구례클러스터 노동자의 사용자가 아니고 구례클러스터를 지배하고 있지 않다’는 내용으로 판결이 났다. 첫 번째 소송의 1심 결과가 나오고 약 4달 후인 2019년 8월 아이쿱생협연합회는 2명의 조합원에게 다시 소송을 걸었다(두 번째 소송: 손해배상). 두 번째 소송에서 아이쿱생협연합회는 명예훼손 사유로 ‘아이쿱생협에 실세가 있다’고 언급된 내용을 추가했고, 명예훼손에 대한 배상액으로 두 명의 노동자에게 3천만 원과 2천만 원을 요구했다. 두 번째 소송도 아이쿱생협연합회가 (주)구례클러스터 노동자의 실질적인 사용자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었고, 첫 번째 소송과 거의 유사한 판결이 났다. 한편, 두 번째 소송의 1심 결과가 있고 두 달 후인 2021년 7월에 아이쿱생협연합회는 2명의 노조 조합원을 추가로 고소했고, 그중 한 명은 기소되어 작년 말부터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세 번째 소송: 명예훼손). 세 번째 소송 역시 큰 틀에서 보면 두 번째 소송과 비슷한 이유로 고소가 이루어졌고 문제가 되는 행위의 시기만 다를 뿐이다. 

노동조합 조합원들은 회사가 내린 징계가 부당했다는 법원 판결을 받았지만, 아이쿱생협연합회와 또 다른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특히 두 번째 소송의 최종 판결에서 명예훼손이 인정되어 지난해에 노조는 힘겹게 배상액과 법률비용을 모금해야 했다. 노동조합의 투쟁 과정에서 있었던 많은 사연을 뒤로 미뤄 놓으면, 중요한 것은 왜 구례자연드림파크지회 노동자들이 고용관계가 없는 아이쿱생협연합회에 사업장 문제해결을 요구했는지일 것이다.


노동자들은 왜 아이쿱생협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는가


아이쿱생협연합회는 지역생협의 연합체로서, 성장 과정 중 많은 주식회사를 설립하거나 설립을 지원하기 위해 출자해 왔다. 아이쿱생협연합회가 ‘세이프넷’으로 지칭하는 네트워크에 포함된 조직은 2021년 기준 85개이고 그중 67개가 주식회사다. 금융감독원에 공개된 일부 기업의 감사보고서와 법인 등기부등본만으로도 ‘세이프넷’ 네트워크 조직들이 자금거래, 채무보증, 임원겸직으로 연결되어 있음이 드러난다. 주식회사 67개 중 66개의 법인 등기부등본에 있는 주식양도제한 조항은 출자관계에 있는 기업 간의 탄탄한 연결고리로 작용할 수 있다. 

(주)구례클러스터는 세이프넷 네트워크에 속한 법인 중 하나였다. 이와 더불어 아이쿱생협연합회는 상당 기간 (주)구례클러스터의 주식 98% 이상을 갖는 대주주였고, 아이쿱생협연합회가 지분을 처분한 이후도 이 회사에 관여한 정황이 드러난다. 아이쿱생협연합회가 (주)구례클러스터 등 ‘세이프넷’ 네트워트에 포함된 일부 기업에 영향력을 행사했을 것으로 보이는 자료도 여럿 있다. 구례자연드림파크지회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사업장을 아이쿱생협 기업으로 인식할 만한 여지가 상당히 있었다. 

그럼 아이쿱생협 조합원들은 아이쿱생협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을 구분할 수 있을까? 아이쿱생협 기업을 구분하는 기준을 아는 아이쿱생협 조합원은 얼마나 될까? 어떤 기업을 아이쿱생협으로 부를지 뭐가 중요한가 하고 반문할 수 있지만, 이 문제로 구례자연드림파크지회 조합원들은 5년 넘게 소송을 매달려야 했다. 아이쿱생협연합회 그리고 그와 관련된 기업들의 관계가 무엇인지가 중요해졌다. 공정거래위원회나 관심을 가질 법한 일을 노동조합이 밝혀야 하는 상황이 됐다. 그중 (주)사회적경제연구소의 기업활동은 세이프넷 조직들의 관계를 재평가할 만한 단서를 준다. 

세이프넷 네트워크 내 기업 중 하나인 (주)사회적경제연구소는 법인 등기부등본상으로 봤을 때 연구, 교육, 컨설팅을 하는 기관 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해당 연구소의 웹사이트나 연구실적은 찾기 어렵다. 대신 통상적이지 않은 자금거래가 발견된다. 2019년 6월에 설립된 이 연구소는 (주)쿱축산으로부터 20억 5천만 원, (주)쿱청과로부터 20억 원을 차입한 후 당해 연도에 상환한다. 또한 (주)자연라이프에 5억 5천만 원을 대여해 준 후 당해 연도에 2억 원을 상환받고, (주)지구야고마워에 7억 8천만 원을 대여해 준다. 이상의 내용은 (주)사회적경제연구소 설립 이후 6개월 사이에 ‘세이프넷’ 네트워크 내에 있는 기업들과의 거래이다. 2020년과 2021년에도 유사한 형태의 자금거래가 나타나고, 2022년 감사보고서에서는 (주)사회적경제연구소가 자연드림솔트로드(주)에 약 85억 원을 출자한 것으로 돼 있다. 세이프넷 네트워크가 무엇인지에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주)사회적경제연구소의 자금거래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주)사회적경제연구소가 세이프넷 내에서 자금을 움직일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거나 세이프넷 차원에서 결정된 사안을 수행하는 것일 수 있다는 추측을 제기할 수 있다.


같은 뿌리 강조할 게 아니라 작동 원리 차이 성찰해야 


앞에 지루하게 나열한 수치들은 한편으로 ‘협동조합 조직’의 성장을 상징한다. 협동조합 출자로 설립된 기업은 협동조합 조합원의 통제 속에 있는가? 협동조합이 만든 주식회사는 협동조합의 운영원리가 적용되는가?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조직’, ‘조합원이 통제하는 조직’과 같은 협동조합에 관한 규정은 이념형(ideal type)으로 형성되어 현실에서 더 큰 갈등을 낳고 있는 양상이다. 협동조합과 노동조합 간의 인적·물적 접점은 커지고 있음에도 최근 협동조합 내 노동분쟁이 발생할 때면 두 조직의 관계는 악화일로에 놓인다. ‘협동조합과 노동조합은 같은 노동자 조직이었다’는 걸 강조하기보다, 노동조합과 협동조합 간의 차이와 간극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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