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의 창] 대변되지 않는 청년 절반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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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의 창] 대변되지 않는 청년 절반의 현실

김영민 910 01.10 09:00

[연구소의 창] 대변되지 않는 청년 절반의 현실


작성: 김영민 청년유니온 사무처장



2022년 대선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지난 재보궐 선거에서 나타난 2030 표심의 변화가 이슈가 되면서, 마치 대선 결과도 이들의 표심이 결정할 것처럼 다뤄졌다. 그러한 과정에서 보수정당 내부에서 벌어진 정치적 도박은 마치 청년의 표심을 보수가 완전히 선점한 것처럼 여겨지게 했다. 그러나 이는 불과 몇 달 만에 완전히 착각에 불과했다는 것이 드러났다. 선거 공간에서 벌어지는 여러 논란들과는 별개로, 청년이 원하는 ‘공정’을 대변한다며 내놓는 보수정당의 청년정책은 사실관계도 엉성한 극우 유튜버들이 할 법한 주장에 가까웠다. 청년들은 공정에 민감하다는 말은 여전히 부인할 수 없는 진실처럼 여겨지고 있지만, 그 출발점이 2018년 초 문재인 정부의 국정지지율 변동, 2021년 재보궐 선거에서의 2030의 표심과 같이 철저히 정치적 공간이었다는 것을 복기해볼 때, 청년이 ‘공정에 민감하다’는 말은 이제 그 기세가 완전히 꺾인 셈이다.


문제는 그동안 온갖 사회 문제를 ‘공정’이라는 빈껍데기에 담아내고자 했던 앙상함은 또다시 반복될 거라는 점이다. 그동안 청탁과 같은 범죄행위에 해당하는 채용 비리에도, 학벌이나 성별과 같은 명시적 차별에서도, 또는 지역인재 채용과 같은 차별을 시정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에도, 혹은 명시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채 사회적 자본이나 인적 자본으로 대물림되는 보이지 않는 불평등에도, 최근 거의 모든 사회적 문제가 ‘공정’으로 논의되어 왔다. 참으로 빈약한 언어가 아닐 수가 없다. 이제 공정은 이미 결정된 경쟁의 결과물을 영속적으로 정당화하고자 하는 무언가이거나, 경쟁의 결과를 승자독식으로 분배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언어가 되어가고 있다.


특히 일자리 문제와 함께 이야기되는 공정의 문제는 20%의 한정된 질 좋은 일자리를 두고 극심한 경쟁이 벌어진다. 청년 세대는 과연 정말 ‘공정’에 민감할까. 혹은 그런 청년은 누구일까? 청년유니온은 일자리를 둘러싼 여러 인식에 대한 질문으로 이를 살펴보고자 하였다. 좋은 일자리에는 어떤 기준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 맞는지, 일자리 간의 격차 해소에 대한 당위성에 얼마나 동의하는지, 임금 체계는 어떤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지를 5점 척도로 19~34세 청년 500명에게 여론조사를 통해 확인하였다. 그리고 그러한 답변을 취업시장 내에서의 위치에 따라 5개 집단(서울, 경인, 비수도권 지역 4년제 대학 진학자, 전문대 진학자, 고졸 이하)으로 나누어 청년층 내부의 차이를 살펴보고자 하였다.1)


먼저 “공정한 경쟁을 통해서 좋은 일자리가 분배되어야 한다”는 문장에 대한 동의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전체 청년의 82%가 이 명제에 동의하였다. 그렇다면 역시 청년은 공정에 민감한 것일까? 여기서 청년들이 생각하는 공정의 의미를 엿볼 수 있다. 남성보다는 여성, 학력으로는 비수도권 4년제에서 더욱 동의 수준이 도드라진다. 이들은 취업시장에서 불합리한 차별에 가장 피해를 보는 이들이다. 이들의 공정한 경쟁은 최소한 차별하지 말고 ‘계급장 떼고 정정당당하게’ 경쟁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오히려 “좋은 대학을 나오면 취업이 더 잘되는 것이 당연하다”라는 문장에 부동의하는 비율이나, “공정한 경쟁 자체보다 업무에 적합한 사람이 채용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문장에 동의하는 비율은 취업시장에서 학벌과 같은 차별로 불리한 위치에 있을수록 높게 나타났다. 취업시장에서 하위 50%에 해당하는 고졸 이하, 전문대 진학 청년들이 훨씬 진보적이고 평등지향적인 성향의 응답을 보이는 것이다. 특히 학벌에 대한 문제인식은 서울 4년제 대학 진학자(부동의 21%)에 비해서 고졸 이하(부동의 52%)가 거의 2배를 훨씬 넘었다.


수도권-비수도권, 대기업-중소기업 간의 격차해소 당위에 대한 동의 비율도 비수도권 4년제 진학 청년(87%, 72%)을 필두로 서울 4년제 진학 청년(69%, 59%)과는 차이를 보였다. “위험한 업무일수록 높은 임금을 받아야 한다”는 문장에 대해서도 서울 4년제 진학 청년들은 매우 동의한다는 비율이 38%였지만, 고졸 이하(58%), 전문대 진학(51%), 비수도권 4년제 진학(46%) 청년들에서는 현저하게 높게 나타났다. 4년제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 청년이 40%이고, 수도권 4년제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 청년이 70%이지만 이러한 청년들의 생각은 좀처럼 사회에 드러나지 않는다.


언론이 인용한 청년의 70% 이상이 서울에 사는 청년들이거나 서울 명문대 청년의 비율이 높다는 지적2)은 이미 나온 바가 있다. 평균과 정상성에 대한 강박이 몹시 심한 한국 사회에서 그 이하에 있는 청년들의 삶은 언제나 삭제되고 있다. 청년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모두가 인정하는 오늘, 청년 문제의 해결은 대변되지 않는 청년 절반의 현실에서부터 시작되어야만 한다.


1) 청년유니온. 2021. “코로나19 이후 청년 불안정 실태조사” http://youthunion.kr/45621/
2) 미디어오늘. 2021-07-12. “언론이 인용한 ‘청년’ 70%가 서울 거주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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