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노동복지센터 역할과 과제

노동포럼

서울시 노동복지센터 역할과 과제

구도희 6,867 2013.05.14 05:23

구도희 『노동사회』 편집차장 dohee1984@gmail.com

 

 

■ 일시: 2013년 3월27일 오후 4시~6시

■ 발표: 이정봉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

■ 토론: 최창준 성동근로자복지센터 대표, 류일환 서대문근로자복지센터 사무국장

■ 사회: 이명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실장

 

 

사회자 2013년 제2차 노동포럼을 시작하겠습니다. 이번 주제는 서울시 노동복지센터 역할과 과제입니다. 작년부터 지방자치단체와 고용 및 노동을 잇는 것이 소위 트렌드가 됐습니다. 주로 지자체 차원에서의 노동구조 개선이 이야기되고 있지만, 노동복지센터를 통해서 노동의 영역을 확대하는 방안도 하나의 추세가 아닌가 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서울시 노동복지센터의 역할과 과제에 대해 얘기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발표는 이정봉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이 맡아주셨습니다.

 

주제 발표

이정봉 발표에 앞서 간단히 말씀드리면, 현재 서울시 노동복지센터 사업 확장이 보류되고 있는 상황에서, 오늘 발표는 먼저 진행되고 있는 센터들의 역할을 검토하면서 앞으로 과제를 도출하자는 방향에서 준비됐습니다.

지난 2011년 말에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있었습니다. 박원순 후보가 출마했고 노동단체들을 많이 만나면서, 노동계는 우호적인 시장 후보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실제 박 후보는 당선 후 시장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노동 옴부즈맨 제도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시행했고, 이런 사업들이 진행되면서 노동계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습니다. 그 중 대표적으로 추진한 것이 서울시 노동복지센터 사업입니다.

당초 계획은 2014년까지 25개 서울시의 모든 자치구로 확대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기존 3개의 노동복지센터에 더해 작년에 노원에 노동복지센터가 새로 설립됐으나, 현재는 사업 확장이 보류된 상태입니다. 그 이유를 분석하기 위해 여러 논쟁이 있었는데, 각 자치구에서 위탁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노동단체 내부의 갈등이 핵심 요인으로 지적되는 것 같습니다.

 

노동복지센터 안착, 역할이 명확해야

제가 역할과 과제라고 다소 무미건조하게 제목을 뽑았는데요. 그 이유는 앞으로 노동복지센터가 전체 자치구로 확대되느냐 마느냐는, 노동단체 내부의 갈등 조정도 중요하지만, 해당 지역 공공근로복지시설로서 노동복지센터가 자기 역할을 통해 존재감을 찾는 것에 달려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서울시에서 올해 사업 결과를 통해 센터에 대해 평가하고 이후 어떻게 할 건지를 결정하겠다는 얘기들이 작년부터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 센터들이 자기 사업을 어떻게 만들고 평가를 받느냐에 따라 다른 자치구로의 센터 사업의 확대가 결정될 겁니다. 따라서 기존의 4개 센터의 역할과 과제가 중요합니다. 또 내년에 지방 선거가 있기 때문에 상황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사업으로서 승부하지 않는다면 굉장히 암울한 전망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역의 근로복지시설로서 노동복지센터의 위상을 점검하고, 향후 사업의 내실화를 높이는 것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전제로 기존 사업들을 간략히 평가해보겠습니다.

 

조직화는 우선 과제가 아니다

노동복지라는 것은 기존 노동과 연결돼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주어지는 시장 외적 급여와 서비스로 폭넓게 정의돼 왔습니다. 결국 노동자와 그 가족에 대한 서비스가 대상이 될 것이고, 또 하나는 시장 외적 급여, 즉 시장임금 말고 그 외적인 부분이 노동복지 논의의 중심이 될 것입니다. 즉 취약계층 노동자들이 기업복지에서 겪는 소외를 어떻게 극복할 것이냐가 노동복지센터의 출발이었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한편, 근로복지는 주체별로 공공근로복지, 기업복지, 자주복지로 나뉘는데요. 서울시 노동복지센터 같은 경우는 공공근로복지의 복지시설 일부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이러한 조건에서 노동복지센터의 위상과 역할과 관련해 발생하는 쟁점은 크게 두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첫째, ‘미조직 비정규직노동자의 조직화가 노동복지센터의 목적이 될 수 있는가입니다. 지금 노동복지센터에 참여하는 민주노총 서울본부가 이에 주된 관심을 보이고 있고, 공공운수노조연맹 서울본부에서도 참여 계획을 내부적으로 수립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에 대해 회의적입니다. 노동조합 내부 일부 의견그룹들은 조직화 같은 노조의 핵심사업을 정부 재정 지원을 받아 해도 되는 것이냐고 비판합니다. 저는 이 주장과 다른 맥락에서, 노동복지센터가 조직화 사업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노동복지센터는 공공근로복지시설입니다. , 사업목표를 노동단체 입장에서만 정해도 되는 노동단체 지원사업과는 다릅니다. 위탁운영의 목적으로 조직화를 내세우는 것은 공공근로복지시설에 대한 접근으로 적절하지 않아 보입니다. 이는 사회복지시설을 특정 종교에 위탁할 때와 비교해보면 극명히 드러납니다. 종교법인이 복지시설을 운영하며 자기 종교의 선교를 우선적인 목적으로 내세우면 안 되듯, 노동복지시설의 일차적인 목적이 이에 참여하는 노동자들을 자기 노조로 가입시키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둘째, ‘노동복지센터는 지역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가라는 것입니다. 서울시 노동복지센터와 유사한 성격을 갖는 대표적인 공공근로복지시설로 근로자종합복지회관이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60여 개가량 있습니다. 근로자종합복지관은 노동복지센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시설을 갖추고 있는데, 이 기관과 관련해 제기되는 문제는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근로자종합복지회관의 역할이 지역의 기존 사회복지관 및 복지프로그램 등과 중복되는 문제입니다. 다른 하나는 노동자의 생애 과정에서 생기는 다양한 문제들에 개입하는 공공 및 민간부분의 시스템이 이미 상당히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요컨대 과연 근로자종합복지회관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문제가 제기된다는 겁니다.

서울시 노동복지센터에게도 이와 유사한 문제가 제기되리라 봅니다. 실제 작년 하반기 서울시정운영위원회에서도 이런 문제들이 지적됐다고 알고 있습니다. 노동복지센터의 경우 사업을 계획할 때 포괄적으로 그 기능을 적시하고 있습니다. 다음의 [1]과 같이 5가지 정도를 하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근로자종합복지회관의 기능과 유사한 것들이 있습니다.

 

 

공동의 핵심사업이 필요하다

이제 노동복지센터가 어떤 사업을 수행해야 하는가에 대해 논의하겠습니다. 작년 12월 서울시정운영위원회에서 2012년 노동복지센터의 실적이 발표됐습니다. 그 핵심은 보면 법률상담 및 지원사업을 1,064명이 이용했고, 노동복지 프로그램에 33,960명이 참가했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 자료를 보면서 이용자가 엄청 많다는 것서울시가 인원 외에는 말할 것이 없구나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먼저, 이용자가 많다는 측면을 살펴보면, 울산 북구 같은 경우 8개의 주민자치센터와 2개의 문화센터가 있는데, 여가문화프로그램 이용자가 2012년 기준 15,230명입니다. 이와 비교했을 때 4개 자치구에 설립된 노동복지센터가 작년에 기록한 34천 명가량은 굉장히 큰 숫자인 거죠. 그렇지만 정말로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노동복지센터와 관련해 과연 인원 수 외에 말할 것이 없느냐는 겁니다.

한편, 서울시가 자체 회의 자료로는 노동복지센터의 역할과 정체성 재정립이 요구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위탁을 맡겼는데 무엇을 위해 위탁을 했는지 자신도 모르는 상황인 겁니다. 사업을 주는 쪽에서도 뭘 해야 하는지 모르고, 사업을 맡은 쪽에서도 그저 사업을 열어놓고 있는 거죠. 지난해는 이렇게 간단히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제 올해 사업계획을 보겠습니다. 개별 노동복지센터에는 서울시로부터 3억 원의 예산이 지원됩니다. 이 중 2억 원이 사업비로, 1억 원이 인건비로 쓰입니다. 그리고 일부 자치구는 별도로 3천만 원의 인건비를 지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를 사업영역별로 보면, 다음의 [2]와 같이 크게 13가지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2]를 보면 사업영역 중에 문화복지에 가장 많이 투입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4개 센터 평균을 내면 19.4%입니다. 그 다음으로, 교육, 연구, 노동건강권 사업 순으로 예산이 투입됩니다. 한편, 가장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문화복지사업 센터별로 편차도 가장 심합니다. 즉 서대문 센터는 예산의 3.2%만 문화복지사업에 투입하고 있고, 구로 센터는 30%가 넘습니다. 연구조사는 3순위로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인데 편차는 가장 적습니다.

이상의 사업영역과 예산 분포를 근거로 본다면, 노동복지센터의 중심사업이 과연 무엇인가, 혹시 아예 없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센터별로 특정 사업을 하는 것도 있고 하지 않는 것도 있습니다. 어떤 사업에는 예산이 많이 들어가거나 적게 들어가기도 합니다. 공통적으로 핵심사업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업이 무엇인가에 대해 답을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는 자치구별로 분산돼 있는 노동복지센터들이 공통적인 중심사업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바탕에서 지역 특성별로 특화사업을 진행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다음으로 사업 대상을 보겠습니다. 노동복지센터는 기본적으로는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세부사업별로 보면 폭넓게 설정되어 있습니다. 노원노동복지센터 같은 경우는 영세사업주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4개 센터가 공통적으로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도 공통적인 사항입니다.

 

혼란스러운 자치구 조례들

그런데 4개 지자체 조례에서는 사업 대상을 달리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성동구 조례에 따르면, “성동구에 거주하거나 관내 사업장에 취업하고 있으면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 그러니까 성동구 노동자이거나 주민이면 이 사업의 대상이 됩니다. 그런데 서대문은 조례를 보면 서대문에 거주하고 있으면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으로 한정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서대문에 거주하는 노동자만 대상이 되는 거죠. 문제가 될 수 있기에 조례의 규정을 폭넓게 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이후에 영세사업자까지 포함할 것이냐 말 것이냐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다음으로 사업 내용을 보겠습니다. 2억 원에 가까운 예산이 투입됐기에 센터들은 굉장히 많은 사업을 합니다. 핵심은 중복의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서울시 노동복지센터는 공공근로복지시설이기에, 민간시설과 달리, 기존의 공공부문 복지 인프라 및 서비스와 어떤 관계를 가져야 하는가의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될 수밖에 없습니다. , 노동복지센터의 사업이 다른 복지센터들의 사업과 어떻게 다른가를 보여줘야 합니다.

이를테면, 노동복지센터가 창업지원을 기획했다면, 지역고용센터, 여성인력개발센터, 주민자치센터 등의 유사 프로그램들과 차별성이 무엇인가 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쉽지 않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면, 저는 새로운 지원 및 교육 사업을 기획하는 것보다는, 노동자들이 노동 관련 기존 공공 인프라와 서비스를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노동복지센터에서 중요하게 점검해야할 과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노동네트워크 허브로 지역 노동자와 공공 자원 연결해야

지금까지 사업 영역 및 예산과 내용 등을 살펴본 것을 토대로 몇 가지 제안을 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노동복지센터의 위상과 관련된 제안입니다. 서울시가 센터를 설립하면서 노동서비스 허브역할을 맡기겠다고 설정했습니다. 그런데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이는 기존 다른 복지센터들과 서비스 중복의 문제를 야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노동복지센터가 이를 피하면서 능동적인 역할을 기획하기 위해서는 노동네트워크 허브라는 위상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합니다. 노동네트워크 허브라는 것은 지역 내 노동자들과 다양한 공공 자원을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하는 허브입니다. 노동자와 공적 서비스를 직접 연결시켜줄 수도 있고, 노동단체들을 지원하고 연결하는 네트워크 역할을 할 수도 있는 거죠.

둘째는 노동복지센터의 사업 내용입니다. 저는 현재 다양하게 제시된 사업들을 대폭 축소하고, ‘핵심사업을 추려볼 필요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서울시 자치구 노동복지센터들과 지역단체들이 모여 핵심사업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논의하고 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후에 지역 특화사업을 부가적으로 수행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노동복지센터들의 공통사업의 개념으로 핵심사업을 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노동단체 지원사업등을 공통사업으로 모색할 수도 있겠죠.

셋째는 노동복지센터 이용자의 문제입니다. 현재 이용자가 노동자로만 한정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넷째는 노동복지센터 운영에 대한 것입니다. 현재의 위수탁 시스템 안에서는 위탁체가 바뀌었을 때 센터의 사업이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느냐가 문제가 됩니다. 사실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기제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자치구와 센터의 소통체가 좀 더 확고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그 채널을 만드는 것이 운영에서 중요한 과제가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또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서울시, 자치구 담당자, 외부 전문가 등 다양한 사람들을 포괄하는 운영위원회를 서울시 차원에서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평가의 문제입니다. 앞서 제기한 모든 문제를 다 포괄하는 게 평가입니다. 평가체계를 어떻게 확립하는가에 따라 사업의 일관성과 운영 구조가 전혀 다르게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에 논란이 될 수밖에 없는 영역입니다. 때문에 총평가항목과 자치구별 평가항목을 나누고, 양적인 실적 위주 평가가 아니라 내용적인 평가가 될 수 있도록 고민을 모아갈 필요가 있습니다. 이상 발표를 마치겠습니다.

지정 토론

 

사회자 수고하셨습니다. 내용을 정리해 보면 노동복지센터의 위상을 어떻게 잡느냐, 사업의 내용을 무엇으로 할 것인가의 두 가지 측면인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노동복지센터는 조직화 사업을 하면 안 된다는 주장이 흥미롭게 들렸습니다. 이제 발표에 대한 토론을 듣겠습니다. 최창준 대표님부터 말씀해주시죠.

 

취약계층 노동자에게 실질적인 자원을

최창준 그동안 노동자복지센터 사업은 대부분 자치구별로 독자적으로 기획됐습니다. 우리가 공동으로 고민을 나눠보자고 했지만 그렇게 하질 못했습니다. 오늘 발표자가 공통의 전략사업을 정하고, 각자 독자적인 사업을 정하자고 말씀해주셨는데, 의미 있는 제안이라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노동복지센터에 참여하면서 느낀 점은, 노동복지센터는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어쨌든 관(官)이 하는 사업이다 보니까, 자칫하면 정말로 관의 사업처럼 될 수도 있는 거죠. 오늘 발표는 그로부터 발생되는 소극적인 측면을 어떻게 극복할까에 초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더 나아가 노동복지센터가 할 수 있는 적극적인 역할이 무엇인가를 논의할 때 좀 더 설득력 있는 발전 전망이 만들어질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노동복지센터들의 주체들을 살펴보면, 대체로 지역에서 영세업체 및 비정규노동자를 대상으로 노동단체에서 노동운동을 했거나 지역일반노조를 했던 사람들입니다. 현재 노동복지센터의 사업 내용은 이러한 경험에서 비롯된 다양한 고민들이 반영된 결과라는 거죠. 저는 인쇄노조 출신입니다. 대부분 지역노조운동이 다 그렇겠지만, 인쇄노조의 경우에도 기업단위 임금과 퇴직금 투쟁을 넘어서는 의제를 설정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고용 문제 등을 고민하기 어려웠다는 거죠. 또한 조직화가 잘 안되기도 하고 노동자적인 정체성을 높이기도 어려웠습니다.

성동구에 영세한 제화기업들이 밀집해 있습니다. 다른 분야도 그렇지만 이들 영세업체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하도급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장시간 노동 등의 사회적 문제를 함께 제기해야 하고, 대기업과 너무도 큰 기업복지의 격차에 따른 박탈감을 어떻게 풀지도 고민해야 합니다. 공공부문의 복지체계와 너무나도 멀리 떨어져 있는 이러한 노동자들의 구체적인 목소리와, 이들에게 실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들을 중심으로 노동복지센터의 사업 내용이 구체화되다 보니 사업들이 굉장히 다양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영세업체 현장에서 취업알선이나 맞벌이 자녀들을 위한 공부방 등에 대한 실제적인 요구가 제기되다 보니, 현재 상황에서는 이를 사업 내용에 반영하지 않을 수가 없다는 거죠. 어쨌든 이런 단계를 거치면서 발표자가 말씀하신 대로 사업의 내용과 방향을 총체적으로 잡아가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민주노총 서울본부가 조정 역할을 한다면

현재 노동복지센터들이 각개 약진하는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핵심사업을 정리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현재 있는 4개 센터 당사자들과 노동계와 연구자들이 수시로 논의하면서 공동 과제와 방향을 잡고, 사업을 확장해가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민주노총 서울본부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민주노총 서울본부가 노동복지센터를 직접 운영하려고 하기보다는, 서울에서 노동의 장기적 전략적 과제와 이를 달성하기 위한 노동복지센터의 역할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는 것은 어떨까요.

한편, 저는 센터가 직접 노동조합 조직화를 할 수는 없지만, 조직화에 기여하는 것을 의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도를 통한 노동복지라는 것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노동조합 건설이 활성화돼야 합니다. 저는 센터가 노동자들을 모이게 하는 계기로 작용하면서 그런 부분에 일정하게 기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발표자가 노동복지센터가 하는 취업알선 및 직업교육과 다른 기관들이 하는 사업들이 과연 다른가 하는 문제를 제기했는데요. 노동복지센터의 직업교육은 대부분 현장 노동자들의 구체적인 요구를 반영한 것이고, 프로그램도 좀 더 현장에 기초한 것이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또한 이 사업이 노동조합 입장에서는 산업구조의 변동으로 인한 노동환경 변화에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으며, 이 사업에 참여한 노동자들이 스스로 모임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그럼에도 만약 이러한 성격의 직업교육 프로그램을 다른 곳에서 감당할 수 있다면 기꺼이 내줄 생각입니다.

이렇듯 센터가 가져온 구체적인 성과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권한이 없어 생기는 한계도 명확합니다. 예를 들어 4인 이하 사업장에서 퇴직금제도가 시행된다는 것에 대해 홍보는 가능하지만, 위반 사업장에 대해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권한은 없죠. 그렇다보니 사업 내용 중에 실태조사가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고 센터의 성과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서울시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시의 행정력을 통해 센터의 성과를 확산시키고 보편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물론 노동부까지 나선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죠. 어쨌든 장기적인 목표일 수 있지만, 노동복지센터의 사업을 서울시의 노동정책으로 발전시키는 논의틀과 프로세스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노동인지적 지방행정’을 위한 개입과 견인

류일환 일단 노동복지센터의 역할은 크게 세 가지 측면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먼저, 실제로 비정규직과 영세중소업체 노동자들에게 실질적인 지원을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노동법률 상담 같은 거죠. 다음으로, 이를 바탕으로 노동자들의 스스로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지방행정이 ‘노동인지적 지방행정’이 될 수 있도록 개입하고 견인하는 것입니다.

발표자가 중요한 쟁점으로 제기한 조직화 문제와 관련해 제 생각을 말씀드리면, 직접적인 조직화 성과를 내기도 어렵고 센터가 그런 위상을 갖는 게 맞지도 않다고 봅니다. 노조와 사업하면서, ‘우리는 판을 깔아주는 역할을 한다. 성과를 가져가는 것은 당신들 역할이다’라는 말을 자주했습니다. 즉, 노동복지센터가 조직화를 직접적 목표로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고, 센터가 벌이는 다양한 사업 과정에 노동조합이 참여해 성과를 내는 모양새가 맞는 것 같습니다. 센터 상근자들이 조직화에 직접 뛰어드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발표자가 [표2]를 설명하면서, 무엇이 핵심사업인가에 대해 정리된 것이 없다 보니 센터별로 사업이 중구난방인 것 같다는 지적을 해주셨습니다. 그런 측면이 있다는 것에 공감합니다. 그렇다고 아예 공통의 중심이 없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예컨대 [표2]의 사업영역들을 크게 범주화하면 가장 중요한 두 축으로, 우선 노동법률 상담 지원 내지는 이를 통한 직접적인 노동조건 개선 사업이 있고, 다음으로 노동자 건강권과 관련된 사업이 있습니다. 개별 센터들이 공동으로 전략을 논의하지 않았음에도 이러한 공통적인 흐름이 있는 거죠. 한편으로 문화 사업 같은 경우는 지역별로 편차가 크고요. 전체적으로 보면, 큰 준비 없이 혹은 전략의 수립 없이 노동복지센터가 사업을 시작했고, 이것이 1년 반 내지는 2년 가까이 진행되어 왔는데, 서울시도 좌충우돌하고 현장의 센터도 좌충우돌하는 과정이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정체성을 찾아가는 가닥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경로와 단계를 밟아서 어떤 위상을 지향해야 하는가에 대해 명시적으로 합의되고 정리되는 과정은 아니었지만요.

한편, 발표자가 노동복지센터가 ‘노동네트워크 허브’가 되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제시했는데요. 저는 이를 제가 앞서 말씀드린 노동복지센터의 역할 중 ‘노동인지적 지방행정’에 대한 기여라는 측면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센터가 노동자들과 여타 공공부문의 노동복지서비스들을 연결시켜주면서, 나아가 노동복지서비스 사이에서의 관계망을 만들어 가는 역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예컨대, 서대문 센터는 노동건강권 사업을 서대문구 보건소 및 정신보건센터와 같이 진행하려고 시도 중입니다. 이게 잘 수립되어 성과를 내며 진행될 경우 노동건강권 사업이 보건소의 일반 사업이 될 수 있겠죠.

현재 노동의 시각에서 봤을 때 공공복지서비스 내에 부족한 부분들을 센터가 사업화하고, 이를 지역행정과 공동으로 진행하면서 지역행정을 노동인지적으로 만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노동복지센터가 노동네트워크 허브로 기능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사회자 토론자들이 몇 가지 이견을 제시했습니다. 여기에 대해 우선 발표자 의견을 듣고, 현장 참여자들 질문을 받겠습니다.

이정봉 먼저, 성과나 잘된 것들도 많지만, 이는 현장에서 오신 토론자들께서 말씀해주실 것이라 생각하고 생략했다는 점에 대해서 이해를 구합니다.

조직화에 대해 얘기하면, ‘직접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공통 의견을 주셨습니다. 현실적으로 보면 노동복지센터의 어떤 사업이든 그 사업단위를 구성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정당에 있는 사람, 아니면 노조 관계자들입니다. 이 사람들이 센터에 왜 모이는가를 봤을 때, 그 중 상당수가 취약계층 복지 증진보다 이른바 ‘전략조직화’를 우선시한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렇듯 최우선적인 사업 목표에 있어 혼선이 있을 경우 사업 진행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때문에 이를 명확히 하고 사업 방향을 직접적인 조직화 쪽으로 끌고 가는 것은 차단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점을 말씀드린 겁니다.

류일환 사무국장께서 노동인지적 지방행정을 말씀하셨는데요. 굉장히 좋은 표현 같습니다. 이런 것을 우선시하면서 장기적으로는 조직화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야 합니다. 노동복지센터 사업에 참여하는 노조 간부들도 그런 시각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전략조직화가 공공복지 눌러선 안 돼

다음으로, 현재 센터들이 명시적으로 합의한 공통전략은 없지만 동일한 흐름은 있다고 말씀해주셨는데요. 저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누군가가 ‘노동복지센터는 뭐 하는 곳이에요’라고 물어봤을 때 공통되게 할 수 있는 답을 현재 갖고 있지 못한 것 같습니다. 이는 지자체의 문제기도 합니다. 지자체서 왜 위탁을 주는지, 왜 이 사업을 하는지 명확히 밝히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조건에서는 장기적인 발전전략을 세우기가 어렵습니다. 때문에 지자체와도 협의하며 발전시킬 수 있는, 센터들의 공통 핵심사업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최창준 대표께서 센터는 다양한 노동자들의 고민이 반영되고 욕구가 분출되는 곳이라고 하셨습니다. 저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를 즉각적으로 받아 안기보다는 지역 공공부문의 여타 노동복지서비스와의 관계 속에서 성찰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중복의 문제를 중요하게 고려하면서, 지역행정에 비어 있는 부문에서 노동친화적인 사업들을 만들어내고 이를 인큐베이팅 하여, ‘노동인지적 지방행정’을 만들어가는 것이 노동네트워크 허브로서 노동복지센터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객석 토론

사회자 이제 객석에서 질문과 의견을 듣겠습니다.

참여자 보니까 정식 명칭이 ‘근로자복지센터’인 경우가 많은데요. 저는 화가 납니다. 지금 같은 시대에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사업을 하는 기관이 왜 ‘근로자’라는 말을 써야 하나요. 그리고 왜 꼭 ‘복지’여야 하죠? 노동문제를 고민하는 기관이라면 노동자 정체성을 명확히 하고 운동의 측면을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못하다면 사업 내용이 어떻더라도 이는 후퇴라고 생각합니다. 근로자종합복지회관 같은 것은 1970년대부터 있었습니다. 이와 차별성을 만들어내는 데 고민과 노력이 부족했다고 생각합니다.

최창준 저도 방금하신 말씀에 동의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발표자가 노동복지센터가 노동조합 조직화와 거리를 두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이견이 있습니다. 현재 영세업체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노동조합의 사업은 임금체불투쟁에 한정되고 있습니다. 영세업체 노동자들의 노동환경과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전반적인 변화가 필요한데, 노조가 이를 포괄하지 못하고 있는 거고, 노동복지센터는 그러한 상황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한 것이라 봅니다. 때문에 지역의 노동단체들이나 노동조합들과 주로 사업을 함께하는 것이나, 그 사업 과정에서 조직화를 고민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정봉 제가 그런 말씀을 드린 것은 아직 노동복지센터가 안착이 안 됐기 때문에 최우선 목표에 혼선이 올 경우 사업이 축소되거나 없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노동복지센터의 기본적인 역할에 대해 공통의 인식이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조직화 지원에 치우치게 될 경우 공공기관의 방침과 충돌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누가 서울시장이 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기본적으로 공공시설로서 정체성을 확립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참여자 ‘노동복지센터를 통한 조직화’와 ‘노동조합으로의 조직화’는 다른 영역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얘기가 겉도는 것 같습니다. 지역에 있는 미조직 비정규노동자들은 대부분 노조를 만들려는 의지가 없고, 실제 노조를 만들어도 노동조건 개선에 도움이 안 됩니다. 노동복지센터가 이렇듯 노조로 묶이기 쉽지 않은 분들을 위한 틀을 제공하는 곳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노동복지센터가 노조가 없는 노동자들도 쉽게 노동법률 상담을 받을 수 있고, 회사에서 받은 불이익을 토로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어야 한다는 거죠. 노동복지센터의 목표는 결국 취약한 조건에 있는 지역 노동자들의 편익을 증진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그 구체적인 틀과 형태는 열어두되 노동자들이 서로 연결되고 조직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모색을 계속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참여자 노동복지센터에서 도움을 받은 사람들이 곧바로 노조로 조직되는 것은 아니잖아요. 그렇지만 노동자들이 어떤 형식이든 스스로 모임을 만들면 똑똑해지고 자기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의식화가 돼요. 내가 혼자가 아닌 것을 알게 되고, 같이 하는 게 힘이 되는 것을 깨닫게 되면, 자연스럽게 노조를 만들 수 있는 것 아닌가요. 노동복지센터가 그런 하나의 훈련 과정을 제공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어요.

최창준 센터의 직접적인 목표가 노동조합 조직화는 아니겠지만, 센터가 노동자들이 소모임이나 동아리를 만드는 것을 돕고 이것이 조직화에 기여하도록 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한편, 발표자가 정치적 변화 등에 의해 노동복지센터가 없어질 수도 있다고 하셨는데요. 저도 그럴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런 한편으로 센터가 노동의 입장에서 자기 역할을 못해도 없어질 수 있습니다. 그런 각오를 하고 사업을 해야 합니다. 센터가 관의 하부처럼 굴러가게 된다면, 과감하게 싸울 필요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구청장이 바뀌면 분위기가 완전 달라지고 위탁체를 바꾸려고 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 조건에서 필요하다면 관과 대립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죠.

사회자 혹시 서울시의 노동복지센터가 관 주도로 갈 가능성이 많은가요?

최창준 성격이 전혀 다른 지방자치단체장이 당선돼 지방행정이 센터를 보는 눈이 바뀌면 위탁체를 바꾸겠죠. 그래도 센터를 아예 없애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사회복지가 트렌드니 센터를 없앤다고 하면 반발이 있을 테니까요. 현재도 센터를 보는 눈이 구청장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협조적인 분도 계시고, 센터가 단지 취업률을 높이고 지역노동 관련 통계 숫자를 내는 곳으로 생각하는 분도 있습니다.

참여자 류 사무국장님께 질문이 있습니다. 아까 서대문 보건소와 연계한 노동자건강권 사업에 대해서인데요. 구체적으로 직업병이나 산업재해를 얘기하는 건가요?

류일환 그렇습니다. 보건소와 공동으로 일할 경우, 산재는 분명하게 드러나는 부분이어서 사업할 때 의견 차이가 상대적으로 덜한데, 근골격계질환처럼 제도적으로 잘 인정해주지 않는 직업병과 관련된 사업을 할 때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굉장히 일반적인 현실인데도 공공복지에서 사실상 모른 척하고 있잖아요. 이런 것과 관련된 프로그램을 만들고 공동으로 운영하면서 공공영역이 이에 대해 책임을 다할 수 있게끔 하는 구상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조직화가 센터의 주요 목표가 돼서는 곤란하다’라는 발표자의 이야기가 ‘센터가 조직화에 기여하는 것 자체가 전적으로 안 된다’는 차원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노동복지센터를 통한 미조직 비정규직 조직화에는, 노동조합으로의 조직화도 포함되지만, 소모임 등을 통해 스스로를 역량이 있는 존재로 만드는 것을 지원하는 사업과, 노동인지적 지역행정과 노동자들을 연결해주는 사업도 포함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조건에서 다른 방식의 조직화를 도외시하고 노조로의 조직화만을 중심 목표로 협소하게 정한다면, 기관 자체의 정체성이 뒤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 대한 우려였던 것 같습니다. 그런 측면에서는 타당한 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정봉 제 문제제기는 노조가 직접적으로 위탁체로 참여할 경우와 관련된 겁니다. ‘위탁체는 가장 우선적인 사업 목적으로 조직화를 내걸어서는 안 된다’, 일단 이렇게 명시하고 싶습니다. 개별화된 노동자를 집단화나 의식화 한다는 의미의 포괄적 조직화는 센터에서 할 수 있지만, 노동조합으로의 조직화가 사업 목표가 돼서는 안 된다, 저는 그런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사회자 이제 정리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 토론을 들으면서 생각해보니, 노동복지센터라는 게 일종의 전달벨트로서 두 가지 과제를 갖는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 노동자를 주체로서 형성하는 과제를 안고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지역행정에 개입해 노동인지적으로 만들어가는 과제를 안고 있다는 거죠. 이 두 개의 영역 사이에서 외로운 줄타기를 해야 하는 상황 같습니다. 어쨌든 최근 ‘지역’이 노동운동에서 하나의 트렌드가 됐는데요. 막상 지역에서 뭘 해야 할지 찾아보면 구체적인 대답을 듣기 어렵습니다. 노동복지센터도 일정부분 그런 상황에 놓여 있는 것 같은데요. 오늘과 같은 소통과 토론들을 계기로 구체적인 모델들이 만들어져갔으면 좋겠습니다. 이상으로 마치겠습니다. 긴 시간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