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면세점과 입점업체 노동자의 단체교섭-최혜인

e노동사회

백화점·면세점과 입점업체 노동자의 단체교섭-최혜인

윤효원 12 14:16


백화점·면세점과 입점업체 노동자의  단체교섭 

서울행정법원 2025. 10. 30. 선고 2024구합72896 판결 리뷰 



최혜인 노무사, 법무법인 여는



1. 판결 요지


대상판결은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동조합이 롯데, 신세계, 현대, 호텔 신라 등 백화점·면세점을 상대로 요구한 단체교섭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한 부당노동행위 사건으로, 법원은 직접적인 계약관계가 없더라도 조합원들의 근로조건 등에 관한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자는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2. 당사자 주장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동조합(이하 ‘노동조합’이라 한다)은 백화점, 면세점 등 온·오프라인 유통매장에서 판매서비스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로 조직된 산별 노동조합이다. 노동조합 조합원들은 화장품 업체 소속(이하 ‘입점업체’라 한다)으로, 입점업체와 백화점·면세점이 체결한 공급·판매대행 계약에 의하여 백화점·면세점에 파견되어 근무한다. 노동조합은 2023.1.30.부터 2023.8.10.까지 수차례 백화점·면세점에 단체교섭 요구를 했다. 실질적 지배력설에 따라 근로자의 기본적인 노동조건 등에 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면 단체교섭 의무를 지는 사용자에 해당하는데, 백화점·면세점은 입점업체로부터 상품과 인력을 공급받아 자신들의 사업장에 두고 관리·감독 및 지휘·명령 등을 통해 조합원들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면서 그 인력을 자신의 수익 증대를 위한 필수적인 상품 판매 업무에 사용하므로, 그에 상응하는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로서 책임 또한 마땅히 져야 하기 때문에 노동조합은 3가지 의제에 대하여 백화점·면세점을 상대로 단체교섭 요구를 한 것이다. 

 

그러나 백화점·면세점은 단체교섭 주체는 근로조건을 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음이 전제되어야 하고, 설령 실질적 지배력설에 따라 보더라도 이 사건은 일반적인 원·하청 도급계약과 구조적·본질적으로 다르고, 백화점·면세점은 입점업체의 경영행위 등에 개입하는 것이 엄격히 금지되며, 입점업체보다 우위에 있지도 않고, 입점업체 각기 고유한 판매전략과 지침 등을 가지고 자신들이 고용한 조합원들에게 구체적인 업무지시와 관리·감독을 하는 등 전적으로 결정하고 있어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지 않다고 하여 단체교섭 거부가 정당하다고 주장한다. 


3. 노동위원회 판단 


노동조합은 백화점·면세점의 단체교섭 거부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81조 제3호 단체교섭 거부의 부당노동행위라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제기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입점업체는 독립된 기업으로 백화점·면세점을 통하지 않고서는 사업을 영위하기 어려운 하청기업이라거나 백화점·면세점에 구조적으로 편입되는 등 종속관계에 있다고 볼 수 없으며, 백화점·면세점이 우월적 지위에서 입점업체 소속 근로자의 임금과 근로시간 등 주요 노동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거나 그 권한과 책임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정도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로 보기 어렵다고 판정했다. 노동조합은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 신청을 했으나, 마찬가지로 실질적 지배력을 부정하면서 백화점·면세점에 교섭의무가 없다고 보았다. 


4. 법원 판단 


가. 백화점·면세점이 단체교섭 의무가 있는 사용자인지


대상판결은 노동위원회 판정에 대한 행정소송의 결과로, 서울행정법원은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을 취소했다. 대상판결의 주요 키워드는 △실질적 지배력 △다면적 고용관계 △우월적 지위라 할 수 있다. 


(실질적 지배력) 실질적 지배력은 백화점·면세점이 단체교섭 의무가 있는 사용자인지 판단하기 위한 기본 전제라 할 수 있다. 대상판결은 단체교섭 상대방인 사용자인지를 판단할 때에는 근로조건에 관한 실질적 지배력을 보유하고 있어 집단적 노사관계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자까지 포함하여야 한다고 보았다. 


이러한 실질적 지배력설은 2026.3.10. 시행될 개정 노동조합법에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그 범위에 있어서는 사용자로 본다’는 규정으로 신설되면서 명문화됐으나, 이미 판례를 통해 형성된 법리다. 따라서 실질적 지배력을 기준으로 삼는 것은 시행 예정인 노동조합법을 소급하여 적용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또한 단체교섭은 헌법33조 제1항의 노동3권에서 비롯된 것으로, 노동조합법이 없더라도 헌법의 규정만으로 직접 법규범으로서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는 구체적인 권리다(대법원 2020. 9. 3. 선고 2016두32992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다면적 고용관계) 이러한 단체교섭권이 진정한 의미를 가지려면 근로자가 자신의 근로조건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상대방과 교섭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아야 하는데, 비정형 고용형태, 플랫폼 시장의 확산 등으로 다면적 고용관계가 확산되면서, 과거와 같이 단일한 사용자와 근로관계를 맺는 전통적 방식과 달리,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관한 실질적 지배력 역시 다면적으로 분화될 수 있게 변화했다. 이러한 경우 원사업주가 실질적 지배력을 가지지 못한 영역 내 근로조건에 관하여는 노동조합이 원사업주와 단체교섭을 하더라도 실질적 개선을 도모하기 어렵게 되므로, 대상판결은 실질적 지배력을 판단할 때에는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근로자가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누구와 단체교섭을 할 수 있어야 하는지를 중심에 두고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았다. 


(우월적 지위) 이때 백화점·면세점 측은 입점업체가 일반적인 도급관계와 달리 거래상 대등한 위치에 있다고 내세우며 실질적 지배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원·ᆞ하청 관계에서 원청이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에 대하여 일부 근로조건에 관한 실질적 지배력을 가진다는 이유로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로 인정된 그동안의 일부 하급심 판결례와 구조적으로 동일하지 않다고 하면서도, 실질적 지배력 행사 여부를 △우월적 지위의 유무·정도와 곧바로 연동시키는 것은 다면적 노무제공 관계의 다양성과 복합성에도 불구하고 헌법상 보장되는 단체교섭권의 실질적 구현을 도모하려는 해석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보았다. 


나. 각 교섭의제별 판단 


노동조합이 요구한 교섭 의제는 첫째, 연장 영업 등 영업시간 변경 시 노동조합과 합의하고 명절 당일 휴무 및 월1~2회 정기 휴점 실시, 둘째, 고객응대근로자 보호매뉴얼 마련, 셋째, 락카, 화장실, 휴게실 등 백화점·면세점 내 시설 이용 보장 및 개선이다. 대상판결은 각 교섭의제별로 실질적 지배력 여부를 판단했다. 


1의제 : 연장 영업 등 영업시간 변경 관련 


노동조합은 영업시간을 변경할 때 노동조합과 합의하고 명절 당일 휴무 등 함께 쉬는 휴일을 요구했다. 이에 대하여 대상판결은 조합원들의 근무일과 근무시간은 백화점·면세점의 영업시간 범위 내로 설정되어 있어 백화점·면세점의 영업일과 영업시간은 조합원들의 근무일과 근무시간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고 인정했다. 백화점·면세점 측은 영업일과 영업시간은 경영권에 속하는 사항이라며 반박했지만, 이는 경영권이자 동시에 조합원들의 근로조건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실질적 지배력이 있으며 단체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 


2의제 : 고객응대근로자 보호 관련 


노동조합은 고객응대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폭언·폭행 등 위험으로부터 조합원을 보호하기 위해 고객응대근로자 보호 매뉴얼을 만들 것을 요구했다. 이에 백화점·면세점 측은 입점업체가 자체적으로 매뉴얼을 갖고 있다며 반박했지만, 이는 제품 교환이나 환불과 관련된 것으로 노동조합이 요구한 고객응대 매뉴얼과는 다른 취지이며, 조합원들이 백화점·면세점이라는 공간에서 근무한다는 특성상 백화점·면세점이 배치한 보안요원·관리자·시설 등을 통해 대응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고, 이에 대한 매뉴얼을 마련할 수 있는 주체는 백화점·면세점이라는 점, 이를 통해 고객 불만에 대처하고 백화점·면세점 내 안정된 환경을 유지하는 것은 백화점·면세점에서 주도적으로 해결해야 할 쟁점이라는 점 등을 근거로 실질적 지배력을 인정했다. 


3의제 : 백화점·면세점 내 시설 이용 관련 


노동조합은 백화점·면세점 내 화장실, 휴게실, 락카, 창고 등에 대한 이용 보장과 개선을 요구했다. 백화점·면세점 측은 단순히 사업장의 시설관리자라며 실질적 지배력을 부정했으나, 대상판결은 조합원들이 백화점·면세점의 사업 체계에 직접 편입되어 있다고 볼 수 있고, 각종 시설물에 대한 이용을 보장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것은 조합원들의 근무환경 개선과 직접 관계된 것이며, 이는 백화점·면세점이 지배·결정하는 영역으로 실질적 지배력을 가지는 사항이라고 판단했다. 


5. 시사점 


이 판결은 두 가지 측면에서 최초라 할 수 있다. 첫째, 이 판결의 주요 법리인 실질적 지배력은 새로운 판단기준은 아니지만 서비스 분야에서는 처음으로 실질적 지배력에 따라 교섭 상대방인 사용자성을 판단한 판결이다. 둘째, 그간 실질적 지배력은 원·하청 관계에서 원청사업주가 하청사업주에 속한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미치는 영향력을 토대로 판단되어 왔다면, 대상판결은 원·하청 관계가 아니더라도 조합원들이 수행하는 노동이 백화점·면세점 사업 체계에 편입되어 있는 실태에 비춰 거래상 우월적 지위가 없더라도 노동조합이 근로조건 향상을 위하여 누구와 단체교섭을 할 수 있어야 하는지를 중심에 두고 판단했다. 


미국연방노동위원회는 복수의 사용자가 한 노동자와 고용관계에 있으면서 그 노동자의 필수적 근로조건 중 한 개 이상을 공동으로 결정하는 경우 공동사용자로 간주한다고 보는데, 대상판결에서 입점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백화점·면세점에 구조적으로 편입되어 있다고 본 것은 공동사용자 개념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그 결과 헌법상 보장된 노동3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복수의 사용자 중 누가 단체교섭 책임을 부담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지로 접근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판결이라 평가할 수 있다. 


한편 실천적 관점에서 대상판결은 교섭의제별로 실질적 지배력을 판단했는데, 백화점·면세점과 같이 다면적 고용구조가 계속되는 한, 어떤 사용자와 교섭하는 것이 노동3권 보장에 부합하는지를 분별해 백화점·면세점과 교섭할 수 있는 의제들을 늘려나가야 할 것이다. 


출처: 『노동사회』 통권 제204호 2026년 제1호  *왼쪽 출처를 클릭하여 통권 PDF 내려받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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