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과제] 특고·프리랜서의 최저보수제와 예술인의 정당한 대가기준 마련-이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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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과제] 특고·프리랜서의 최저보수제와 예술인의 정당한 대가기준 마련-이종수

윤효원 13 11.02 16:01

[국정과제] 특고·프리랜서의 최저보수제와 예술인의 정당한 대가기준 마련

: 영화스태프 표준보수지침 사례를 중심으로


이 종 수 노무법인화평 공인노무사, 경영학박사



1. 들어가며


새 정부 국정과제 93번(노동부)은 “공정한 임금 보상”을 위해 특고·플랫폼·프리랜서 ‘최저보수제’를 마련 및 시행하기로 하였고, 105번(문체부)에서는 “예술인의 자유로운 창작환경 조성”을 위해 ‘창작에 대한 정당한 대가기준’ 마련 등 계약 관계 개선을 약속하였다. 


예술인과 특고·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들은 노동관계법으로 보호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특정 기업에서 안정적으로 근무하기 보다는 다수의 기업 또는 프로젝트에서 용역계약 등을 통해 경제활동을 한다는 점에서 경제·사회적으로 취약한 지위에 놓이게 되므로 정부(국가)에 의한 적정임금 보장(헌법 제32조 제1항)이 꼭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새정부 국정과제에 ‘최저보수제’ 또는 ‘정당한 대가기준’ 마련이 포함된 것은 높게 평가할 만한 일이다.


마침 지난 10월 1일, 영화진흥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영화산업 표준보수지침」을 공시함으로써 시행에 들어가게 되었다. 2015년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영화비디오법) 제3조의3에 근거 조항이 마련된 지 약 10년 만에 정부가 공인한 '표준보수지침'이 처음으로 공시된 것이다. 


지침은 화려한 K-무비의 스포트라이트 뒤편에서 불안정한 고용과 보수결정의 불투명성으로 힘들어하던 영화스태프들에게 큰 힘이 될 전망이다. 또한 영화제작 프로젝트에서 우수한 인재(스태프)를 채용해야 하는 제작사(사용자) 입장에서는 보수결정을 위한 협상에서 일정한 기준이 마련됨에 따라 채용 및 노무관리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15년 입법화된 후, 사용자측은 표준보수제가 영화제작 노동시장에서 보수를 급격히 상향시킬 것이라고 우려한 반면, 노동계는 반대로 표준보수제가 스태프 보수를 하향시킬 것이라는 상반된 우려속에 합의에 이르지 못하였다. 그후 영화진흥위원회는 끈기있게 정기적으로 영화스태프 보수실태(영화비디오법 제3조의3)를 조사하며 노사를 설득하였다. 


십년의 시행착오와 학습의 효과로 2025년에 들어와 본격적으로 ‘영화노사정협의회’(영화비디오법 제3조의2)가 가동되었으며, 표준보수제가 노동시장을 안정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노사정 삼자의 합의에 이르러 문화체육관광부 및 영화진흥위원회의 공시 및 시행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2. 영화산업에서의 사회적대화(2012년~2014년) 


2000년대 초만 해도 영화스태프의 지위는 특수고용 노동자로 분류되면서 법적 보호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아서 스태프들의 저임금, 임금체불, 장시간 노동이 사회문제화 되었다. 2005년 스태프들이 단결하여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이 설립되었다. 곧이어 (사)영화제작가협회가 사용자단체로 나서 노사 간에 초기업 단체교섭이 이뤄졌고, 2007년 영화산업 임금 및 단체협약 합의에 이르렀다. 


당시 임금협약서에는 적정임금 보장을 위해 영화산업 최저임금 조항을 두었으나, 노사단체의 조직율이 낮아서 임금협약(최저임금) 적용에 한계가 있었고, 임금협약상 최저임금은 실제 시장임금보다 낮아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었다. 특히 교섭의 상대방인 제작사측은 대기업으로부터 투자를 받아 영화제작을 하다보니, 하도급과 유사한 형태로 임금 지불능력이 낮았을 뿐 아니라 인건비 운영에서 자율성도 보장되지 않는 등 노사간 단체교섭을 통한 스태프 처우개선에 한계는 명확하였다. 


2012년 노동조합과 제작가협회는 정부기구(영화진흥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국회), 투자·배급·상영사(CJ, 롯데, 쇼박스, NEW, 메가박스등)를 포괄하는 노사정협의체를 구성하고, 스태프 처우개선뿐 아니라 대기업-제작사간의 공정계약 관련 사항까지 폭넓은 합의를 추진하였다. 그 결과, 2012년, 2013년, 2014년에 걸쳐 3회의 노사정이행협약(사회적합의)이 탄생하게 되었다. 노사정이행협약이 거듭되면서 영화산업 노사정협의회(사회적대화)의 참가 주체와 합의의 주요내용은 점차 넓어지고 구체화되었다. 


지금의 ‘표준보수지침’에 관한 사항은 제2차 노사정이행협약(2013년)에서 처음으로 “표준임금 가이드라인 공시 및 적용”이라는 이름으로 나타나게 되었다. 이는 영화산업 노사단체가 공동으로 시행한 2012년 『영화스탭 생계비조사 및 노사공동 표준임금제 도입을 위한 연구』에 기반한 것이었다. 이 연구에서는 당시 아무런 기준없이 열정페이를 강요당하며 저임금에 시달리는 스태프들의 처우개선을 위해 직무가치를 반영한 표준임금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역설하였다(이종수·홍태화·이승태·김상민(2012),  『영화스탭 생계비조사 및 노사공동 표준임금제 도입을 위한 연구』). .



[표]  2014년 제3차 영화 노사정이행협약 주요내용

 

 


3. 영화비디오법에 ‘공정환경 조성’에 관한 사항의 입법화


영화산업 노사정이행협약에는 대기업 및 정부부처(문화체육관광부) 뿐 아니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설훈(위원장), 신성범(위원), 박창식(위원), 김태년(위원), 조정식(위원) 등이 참여하였고, 이듬해인 2015년 제3자 노사정이행협약의 내용을 반영한 영화비디오법 개정안이 발의·통과되었다. 


2015년 개정 영화비디오법에는 제3조의2(영화노사정협의회), 제3조의3(표준보수에 관한 지침), 제3조의4(근로조건 명시), 제3조의5(표준계약서의 사용 및 확산), 제3조의6(안전사고로부터 보호), 제3조의8(직업훈련의 실시), 제3조의9(임금체불 등 제재), 제3조의10(실태조사) 등이 포함되었다. 


영화비디오법 제3조의3(표준보수지침) 법제화에도 불구하고, 표준보수지침을 어떻게 마련하고 시행할 것인가에 대하여 국내외 관행이나 사례를 발견하기 어려워 상당한 혼란이 있었다. 비록 처벌조항은 없었으나, 제3조의3 제1항은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표준보수지침을 마련하고, 이를 보급·권장하여야 한다’고 명시함으로써, 정부측에게 표준보수지침 마련에 대한 상당한 책임과 의무를 부여하였다. 


또한 제2항은 ‘영화업자와 영화근로자는 표준보수지침을 준수하여야 한다’ 함으로써 노사당사자에게 표준보수지침 준수 의무를 부과하였다. 이에 대하여 사용자측은 표준보수지침을 준수하지 않는 제작사의 민사적 책임을 우려하였다. 따라서 2015년 표준보수지침 고시를 위한 노사정협의 과정에 제3조의3 제2항의 해석과 관련하여, 이를 권고적 효력으로 본다는 노사간의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였다. 


2024년 시행된 영화진흥위원회의 『영화근로자 표준보수지침 연구』(이종수 등, 2025)에서는 제3조의3 ‘표준보수’의 효력은 권고적 효력을 갖는 것으로 본다고 하였고, 그 이유로 영화산업 표준보수지침 개념이 등장한 2014년 3차 노사정이행협약에서 ‘(표준임금) 가이드라인’방식으로 규정된 점, 현행 영비법 제3조의3 제2항은 ‘영화업자와 영화근로자는 표준보수지침을 준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나 그 위반에 대해 별도의 처벌 조항을 두지 않고 있는 점을 근거로 제시하였다. 


일반적으로 노동관계법에서 준수의무 위반의 책임을 사용자에게 지도록 하고 있는데, 표준보수지침에서는 준수의 책임을 사용자와 근로자 모두에게 부담시키고 있음을 보더라도 표준보수지침 제도의 목적이 처벌과 제재 보다는 공정한 보수체계의 확산에 있음을 알 수 있다.



4. 2025년 「영화산업 표준보수지침」의 내용


지난 10월 1일 시행된 「영화산업 표준보수지침」에 따르면, 영화 제작인력을 10개 직무로 구분하고, 직급을 4개로 나누어 총 40개의 표준보수액을 제시하였다. 이때 직무별 구분은 직무가치의 반영을, 직급의 구분은 개인의 역량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40개의 표준보수액은 2024년 7월부터 10월까지 영화제작사 소속 프로듀서로부터 56개 작품(개봉작), 2,016명 스태프의 급여자료를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를 반영하였다. 2024년 기준으로 10개 직무의 평균보수액을 구하고, 직급별 배율을 구한 후, 직무별 평균보수액에 직급별 배율을 곱하는 방식으로 표준보수액을 정하였다. 


예컨대 제작부서 퍼스트의 표준보수액을 구한다고 할 때, 우선 제작부서 평균보수액 3,489,727원을 구하였고, 직급별 배율은 퍼스트, 세컨드, 써드, 포스 이하 등 4직급의 평균보수액을 구한 후 전체 평균값으로 나누어 각 직급의 배율을 구한 후, 제작부서 평균보수액에 퍼스트 배율인 1.43을 곱하여 산출한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구한 표준보수액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면 최저임금을 표준보수액으로 하였다. 


또한 표준보수지침에서는 영화제작 예산규모를 고려하였으며, 저예산이라 할 수 있는 순제작비 기준 10억원~20억원 미만 영화에 대하여 위 표준보수액의 20%를 감하여 적용할 수 있도록 하였으나 최저임금을 준수하도록 하였다. 



5. 시사점


이번 「영화산업 표준보수지침」이 국내 최초로 예술인에게 적용되는 표준보수지침이라는 점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국정 과제 중 하나인 “공정한 임금 체계 확립” 및 “특고·플랫폼·프리랜서 최저보수제 마련”이라는 정책 방향과 정확히 궤를 같이 한다.


영화스태프는 지난 20년간 산업수준의 단체협약, 사회적합의, 영화비디오법 개정 등을 통해 근로자성 인정은 물론 처우개선을 위해 노력해 왔으나, 방송, 웹툰, 게임 등 타 문화산업에서는 여전히 경제·사회적 지위가 취약한 특수고용직·프리랜서 노동자가 많고, 노동관계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경우가 많다. 


이번 「영화산업 표준보수지침」이 시행되면서 ‘산업수준의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원칙’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이며, 국정과제인 최저임금제, 정당한 대가기준 마련에도 시사점을 줄 것으로 보인다. 


첫째, 업종 노사의 의지와 노력이 필요하다. 노동조건이 취약한 업종의 노동자들이 스스로 단결하고, 통일된 요구조건을 마련하여 공론화해야 한다. 또한 사용자도 공급사슬 속에서 불공정한 계약관행을 개선하고 소속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하여 지속가능한 성장을 원한다면 노사단체 및 정부와 대기업 등 다양한 주체들이 모여 사회적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만약 그게 어렵다면 정기적 실태조사를 통해 노동조건과 산업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고 공론화함으로써 정부의 개입을 촉구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둘째, 업종 수준에서 취약노동자와 업종의 문제를 개선하는데 있어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최근에 공공기관들이 법령에 근거하여 취약 업종에 대한 다양한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실태조사가 보고서 발간에 그치고, 업종별 사회적대화를 구성하는 등 실천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한계를 보게 된다. 영화산업과 인적 교류가 많은 방송산업의 경우에 노동조합과 사용자 ‘단체(협회)’가 존재하지만 단체교섭은 물론 사회적대화가 열리지 못하고 있다. 


이는 정부부문의 의지가 약하기도 하지만, 노동자들이 강하게 단결하지 못하고, 사회적대화에 대한 사용자(방송사)의 거부감이 크기 때문으로 이해하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려면, 영화산업과 같이 법령에 노사로 하여금 사회적대화 협의체의 구성 및 운영을 의무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본다. 영화와 방송의 노동시장이 밀접하게 결부된 상황에서 영화산업의 처우와 기초노동질서는 점점 강화되는 반면, 방송은 이를 따라가지 못한 채 사각지대에 남을 경우, 영상물 제작시장에서 경쟁관계에 있는 영화제작사들은 노동관계법 등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는 방송제작사들을 상대로 경쟁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셋째, 업종수준에서 적용되는 ‘최저보수제’ 또는 ‘대가기준’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영화산업 표준보수지침을 두고, 노동조합과 사용자의 시각이 극명하게 갈렸던 것을 보면, 앞으로 정부가 초기업 수준의 ‘대가기준’을 마련하는데 있어서 현장 노사의 반대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공정한 대가기준은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실현하는데 필수불가결한 것으로, 노동자에게는 과소하거나 과도한 보수를 받는 집단을 최소화하여 보수의 형평성과 공정성을 개선하게 될 것이다. 또한 노동자들도 대가기준을 준수할 책임이 부여되면 노동자들의 과도한 보수인상 요구를 자제시킬 수 있고, 적정 보상수준이 외부에 공표됨으로써 우수인재들이 산업에 유입될 수 있으므로 사용자의 장기적이고 지속적 성장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10년의 기다림 끝에 나온 이번 「영화산업 표준보수지침」은 영화 현장의 불공정을 바로잡는 '끝'이 아니라, 영화산업을 넘어 문화예술산업 전반의 공정한 노동환경 조성을 위한 ‘시작’으로 기록되기를 희망한다. 이 기준이 현장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을 때, K-컬처, K콘텐츠의 지속가능한 발전도 가능할 것이다.


출처: 『e노동사회』 2025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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