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의 창] 최저임금 시즌-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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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의 창] 최저임금 시즌-36

박용철 2,071 2022.04.11 09:00

[연구소의 창] 최저임금 시즌-36


작성: 박용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




최저임금 시즌이 돌아왔다. 1988년부터 시작된 최저임금제가 벌써 시행 35년을 지나 36번째 심사에 돌입하였다. 그동안 최저임금은 우리 노동자의 생계에 없어서는 안 될 가장 중요한 척도로 발전하였다.


먼저, 그동안의 양적인 성장을 보면 1988년 시급 462.5원이던 것이 2022년 9,160원으로 20배 가까이 증가하였다. 달러화를 통해 실질임금 수준을 보면, 같은 기간 $1.2에서 약 $7.6으로 6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질적으로도 1988년 당시 노동자 평균임금 대비 26%, 중위소득 대비 33%였던 것이 2020년에는 각각 50%와 62%로 성장하였다.


다음으로, 적용범위를 보면 현재처럼 전산업의 모든 사업장에 적용된 것은 2000년 10월부터였는데, 최초 시행 당시에는 제조업의 상시근로자 10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하던 것이 단계적으로 확대된 것이다. 그러니까 온전한 의미의 최저임금제 시행은 2000년 후반부터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그동안 여러 가지 이슈와 여전히 노사간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도 있다. 가깝게는 2019년 상여금, 복리후생비 등이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되었으며, 사용자와 보수정부는 주휴수당 미지급, 지역별 차등 적용, 그리고 업종별 차등 적용 등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렇게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은 35년 이상 양적・질적 성장을 해왔으나, 그 역할과 비중은 여전히 크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은 노동자 다수의 생계가 달려있는 데다가 우리 노동시장의 양극화 수준이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OECD 국가 중 우리나라의 지니계수는 최근 약간 개선되기는 했지만, 2020년 기준으로 0.345로 평균인 0.316에 미달하고 있으며, P90/P10 비율은 5.5로 평균인 4.2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우리나라 노동자의 실질임금과 노동생산성의 격차는 80년대 말부터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올해는 특히, 새정부 출범과 맞물려 최저임금 결정을 둘러싼 노사간 격돌이 한층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새정부의 최저임금제 기조는 업종별 차등 적용과 인상률 최소화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먼저, 업종별 차등 적용 문제다. 최저임금제의 목적은 노동자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하여 생활안정을 도모하는 것이다. 최저임금은 그야말로 모든 임금기준의 하한선이라고 할 수 있다. 상식적으로도 업종별 최저임금은 임금의 하한선인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하여 그것을 상회하는 기준을 설정하면 될 일이다. 이미 건설업 등에서는 최저임금 이상의 직종・직무별 노임단가를 적용하고 있다. 실제로 업종별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일본의 경우는 최저임금을 상회하는 임금수준을 적용하게 되어 있다. 현실적으로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최저임금 차원에서 업종별 차등 적용을 고민할 것이 아니라 평균임금 차원에서 업종별 임금 기준을 제시하는 작업이 더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라고 판단된다. 


다음으로, 인상률의 문제다. 박근혜정부부터 현정부까지 최저임금 인상률은 평균 7% 이상이었고, 최근 일부 지표가 개선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여전히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양극화가 가장 심한 나라이고, 그 수준 역시 하위권을 맴돌고 있으며, 노동자의 실질임금과 노동생산성의 격차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수년 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상여금과 복리수당이 포함되면서 실질 인상률은 명목 인상률에 못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추가적으로, 임금문제를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인식의 문제다. 자본주의 역사를 보면, 시장경제에 대한 지나친 의존 때문에 불균형과 빈부격차가 발생하였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나서서 최소한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저임금노동자의 임금인상은 전체 경기에도 선순환효과가 크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우리는 하루빨리 시장이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는 망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향후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은 시장이 지배하는 사회가 아니라 적정 수준에서의 공공의 관리와 공동체 복원, 그리고 관대한 복지의 실현이다.


최근, 3년째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영세사업주와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본질적으로 최저임금의 인상이라기보다는 높은 임대료와 프랜차이즈 본사의 횡포, 높은 원자재・원재료 값 등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새정부는 다양한 정책을 통해 다수의 저임금노동자에게는 적절한 최저임금을 보장하고, 각 부문별・대상별로 효과적인 정책 시행을 통해 해당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고 판단된다. 명확한 인과관계 분석을 통해 진단과 처방의 정합성을 실현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최저임금위원회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최저임금제의 발전과 본연의 목적 달성을 위해 보다 근본적인 사안을 준비해 나갈 필요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최저임금 기준 마련이 중요하며, 여기에는 양극화를 점진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추가적인 기준 역시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이를 바탕으로 그동안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온 노사공 협상방식과 실질적으로 공익위원 의견이 영향력을 발휘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탈피하고, 소모적 논쟁을 최소화 할 필요가 있다. 


최저임금제가 36년을 달려왔고, 그동안 많은 발전을 이루어왔다. 하지만 앞으로 더 많은 역할과 성과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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